마하티르 모하맛(93·사진) 말레이시아 총리가 첫 해외 순방지로 일본을 찾아 과거 자신의 경제개발 노선인 '동방정책(Look East Poli cy)'을 재주창할 예정이다. 15년 만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총리가 과거 성장 전략을 다시 꺼내는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오는 11~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주최로 도쿄에서 열리는 '24회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 주빈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매년 이 행사를 찾고 있는 단골 연사인데, 지난달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총리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이 됐다. 이 행사에는 우리나라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참석할 예정이다.

'더 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비공식 당정회의에서 "올해는 일본에서 '동방정책'에 대해 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방정책은 과거 마하티르 집권기(1981~ 2003년)의 말레이시아 고속성장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가 자원 부국에 머물지 않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자제품 등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고 외국인 투자를 활발하게 유치하며 한국·일본 발전 모델을 따랐다. '동방정책'에 힘입어 말레이시아는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앞서갈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마하티르는 취임 직후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전임 정권의 대규모 국책사업을 잇달아 취소하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일대일로(신실크로드)의 핵심 프로젝트인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마하티르가 자국 내 중국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롤모델 일본과 경제협력을 적극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동방정책'을 내걸고 제조업 진흥책을 펼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