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위기… 2011년은 PIIGS, 2018년은 PHIGS

입력 2018.06.06 03:01

과도한 나랏빚이 불러온 재정위기에 反EU·난민 풍조까지 확산
폴란드·헝가리, 극우 정부 들어서 인종혐오 부추기고 난민 거부

'PIIGS 위기를 넘기고 나니, 이젠 PHIGS가 말썽이다.'

최근 유럽의 불안 요인을 표현한 말이다. CNN이 4일(현지 시각) 유럽에 위기를 몰고 올 5개국을 'PHIGS'라고 묶어 지칭했다. 극우 정부가 인종 혐오를 부추기고 난민을 거부해 EU(유럽연합)와 마찰을 빚은 폴란드·헝가리, 과도한 나랏빚에 시달리는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머리글자를 땄다. 2011년 유럽 재정 위기를 몰고 온 5개국을 PIIGS(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라고 부른 것에 빗대, 새로운 '말썽쟁이'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유럽에 위기를 부르는 나라를 일컫는 용어 외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는 7년 전 PIIGS에도 포함됐던 국가다. 이들 '남유럽 3총사'는 앞으로도 EU의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좌파 또는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잡았고, 막대한 국가채무를 짊어져 EU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EU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는 이탈리아다. 연정(聯政)을 구성한 원내 1당 오성운동과 2당 동맹당은 둘 다 반(反)EU 성향이 뚜렷하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EU의 권고를 무시하고 첫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에서 65세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는 3일(현지 시각) "이탈리아는 유럽의 난민 캠프가 아니다. 난민은 이제 짐을 쌀 시간이다"라고 일갈, 공약대로 난민을 내쫓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최근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서 오성운동(30.1%)과 동맹당(28.5%)이 엇비슷한 것도 EU에는 악재다.

로마 루이스대학의 로사마리아 비테티 교수는 "두 당이 서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 1일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정국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집권 사회당 의석 수는 전체 350석 중 84석(24%)으로, 역대 스페인 여당 중 가장 적다. 산체스가 취임한 지 이틀 만인 3일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논의를 하자고 나왔다. 유럽 언론은 "전 총리 축출 과정에 힘을 보탠 카탈루냐 분리주의 소수정당이 '계산서'를 들이밀고 있다"고 했다. EU는 유럽 각지 소수민족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까 봐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고 있다. 사회당 정부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체스 총리는 "긴축으로 고통 받은 국민을 돕겠다"며 다시 나랏돈을 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30일 노동계가 총파업을 실시했다. 전국적으로 철도·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공공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아테네에서만 1만명이 연금 삭감 등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EU 등으로부터 그간 빌린 2600억유로(약 325조원)를 갚는 절차가 남아 있어 2030년쯤까지 긴축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극좌 성향 여당 시리자는 파업이나 긴축 반대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EU는 '남유럽 3총사'를 달래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 "이탈리아 새 정부에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하겠다"고 했다. 메르켈은 그동안 미온적이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EMF(유럽통화기금) 창설 제안에도 "논의를 해보자"고 했다. EMF는 비상시를 대비하는 '유럽판 IMF(국제통화기금)'다. AP통신은 "EU가 무역전쟁에 시동을 건 미국에 맞서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단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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