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실업률이 18년 만의 최저인 3.8%로 떨어지면서 미국 산업계에선 지금 일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복지 혜택을 늘려주면서 기업마다 사람을 뽑으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아이오와주(州)의 한 철도 회사는 입사만 해주면 2만달러를 주겠다는 조건을 걸었고, 버몬트주는 외지에서 이주해오는 노동자에게 현금 1만달러를 주는 법을 만들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청년 실업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으로선 딴 세상 같은 풍경이다.
더 부러운 것은 미국의 일자리 풍년 혜택이 저소득층과 소외 계층으로 확산하면서 연쇄적 선순환 효과를 내고 있는 점이다. 흑인 실업률이 1년 새 1.7%포인트나 떨어지고 고교 졸업장이 없는 중졸자 실업률도 0.8%포인트 내려갔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며 쇠락해가던 동북부의 제조업 지역에서도 일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범죄 전과자에게까지 문호를 열고 마약 검사 기준도 완화하고 있다. 일자리 기회가 적었던 저학력자 같은 사회적 약자층과 소외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근로소득도 늘고 있다. 5월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2.7% 올랐다. 월마트가 신규 채용 근로자의 시급(時給)을 22% 올리는 등 자발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기업도 꼬리를 물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의 24%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릴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사람 뽑기가 힘들어지자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5월 중 정규직 고용이 90여 만명 늘어난 반면 파트타임 고용은 63만명 줄었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나아가 최저임금 상승과 소외층 고용 증가를 통해 소득 분배 효과도 내고 있다. 모든 나라 정부가 꿈꾸는 온갖 정책적 목표를 동시에 이루었다.
이런 성과의 많은 부분이 트럼프 정부의 친(親)기업 규제 완화 정책의 산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는 4.9%(2016년 평균)로 물려받은 실업률을 1년 4개월 사이 1.1%포인트나 낮춰 사실상 완전 고용을 달성했다. 1000여 건에 달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는 등의 기업 활성화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 그는 법인세율도 35%에서 21%로 내렸다. 10년간 1조5000억달러 감세 혜택을 돌려받게 된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하고 채용을 늘렸다. 친기업 환경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과 노동 소득 증가를 낳는 선순환 흐름이 만들어졌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落水) 효과'가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트럼프 정부의 이 경제 운용이 한국 정부와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근로자 소득을 늘려 경기를 살린다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이 과정에 기업 활력 제고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 기업은 주로 수사 대상이다. 한국에선 소득을 성장의 원인으로, 미국에선 결과로 삼았다. 한국은 친노동을 위해 반(反)기업 기조를 달린 반면, 미국은 친기업을 통해 친노동을 달성하는 접근을 취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지금 두 나라 상황이 말해주고 있다. 분배 정의를 내세운 한국에선 최하위층 소득이 줄어드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오고 기업 친화를 추구한 미국에선 노동 몫도 커졌다. 정부 정책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