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아트의 모습은 바로 이것이다

입력 2018.06.05 16:24

-5월28일~6월28일 대구예술발전소 등에서 ‘Today’s Art Space Network’ 행사 개최
-아시아 지역 영상작가 15명의 디지털영상 작품 전시
-창작공간 대표자, 큐레이터 등이 참석하는 세미나도 개최
-“아시아의 정체성을 자주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창작공간 운영자들과 작가들이 대구에서 한마당 디지털영상 전시를 펼치고 있다.
또 21세기의 바람직한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도 열린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8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투데이즈 아트 스페이스 네트워크(Today’s Art Space Network)’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이중 ‘디지털 아트 인 포스트-디지털 아시아(Digital Art In Post-digital Asia)’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하이라이트다. 아시아에서 활동 중인 큐레이터 9인이 추천한 영상작가 15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은 “이 전시는 아시아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적 정체성을 자주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아시아의 큐레이터들이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각기 다른 아시아인들의 동시대 문화를 평등하게 한 자리에 모으는 행위에서 출발한다”고 전시의 뜻을 말했다.

6월28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전시되고 있는 디지털 영상작품./대구예술발전소 제공

전시작품들은 영상작품의 성격에 걸맞게 국적이나 시대,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것들로 짜여져 있다. 그러나 날카로운 주제이지만 형식은 ‘덜 날카롭고, 은유적이며, 우회적’이다. 정치적 메시지라도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작품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489년’을 출품한 권하윤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현대사이면서 동시에 국제 정치사를 상징적으로 요약해 주는 DMZ(비무장지대)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디지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3D애니메이션, 가상현실 등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활용해 동시대 정치 상황으로 야기된 경계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인큐베이션 다이어리 2011, 2014-2016’을 출품한 나츠미 아오야기는 아시아 먹구름나비의 유충을 수집해 기르는 과정이 주가 되는 비디오 다큐멘터리를 보여준다. 별도로 촬영된 영상 장면들을 결합하고 재구성해 전시공간에서 단일한 스크린에 프로젝션 되면서 비디오 다바이스를 온전히 자연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동시대적 서사양식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

터키 출신의 아흐멧 오굿은 ‘단결’을 통해 1987년 사울에서 사망한 21살의 시위자 이한열과 2006년 조국 터키의 디야르바키르에서 시위를 하다 목숨을 잃은 6살의 쿠르드족 소년인 에네스아타를 추모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이 애니메이션은 두 청년이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국가폭력에 희생당하는 화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중국의 웡 핑은 ‘아빠가 누구니’에서 중국의 동요를 모티프로 해서 성적 주체성에 대한 담론을 시각적인 시나리오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인공의 섹슈얼리티와 정치적 견해를 피상적으로 비교해 정치적 정체성의 무익함을 다룬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 초청된 작가들은 각자 자국 내의 역사나 생활사에서 면면이 이어져 온 토속적인 모티프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호동왕자 이야기나 고개를 넘을 때마다 떡을 빼앗아 먹는 호랑이 이야기 등과 비슷한 것이다.

전시와는 별도로 5일부터 7일까지 3박4일 동안에는 예술발전소 등에서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를 위해 대구예술발전소는 아시아 14개국 창작공간 대표자들과 네트워크를 꾸려 왔으며, 이 네트워크가 행사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 행사에는 국내외 28개 창작공간 대표자, 작가, 큐레이터 등 50여명이 참가해 아시아 영상미디어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중 하나가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는 세미나다. 여기에서는 김지훈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가 ‘동시대 동아시아 포스트인터넷 무빙 이미지 미술:포스트 프로덕션, 순환주의, 글로벌/로컬 레이어’를 주제로 발제를 하는 등 4명이 발제를 한다.

세미나에 이어 다음날인 7일 오전 11시에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아시아 비영리 예술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비공개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 컨퍼런스가 끝나뒤 오후에는 참가자들이 대구예술발전소~북성로~대구문학관/향촌문화관~봉산동 갤러리~김광석거리를 돌아보는 도심투어를 진행한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장은 “이번 행사는 새로운 언어로서 ‘디지털 언어’가 갖고 있는 소통과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실상을 제시하는 한편 디지털이라는 첨단의 언어가 어떻게 지역으로 상징되는 자국의 토속적인 언어들을 고민하는지, 토착적인 내용이 자본주의라는 도시문화와 만나서 키치적이고 상업적이며 성적인 뉘앙스로 채색되면서도 어떻게 보편적인 언어가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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