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제재' 나사 푸는 트럼프의 입, 수습 바쁜 백악관

조선일보
  • 김진명 기자
    입력 2018.06.05 03:00

    [美北정상회담 D-7]
    트럼프 발언 놓고 "대북제재 흔들릴 수 있다" 우려감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북한이 제대로 된 비핵화 조치를 하기 전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뒤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란 용어를 더는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우려에 불을 지폈다. '대북 제재는 이미 유명무실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결국 비핵화 성과를 확인하기 전에 북한 경제의 숨통만 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미·북 대화 국면을 계기로 북한에 '뒷구멍'을 다시 열어주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한·중·러 대북 사업에 적극적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현지 시각) 김정은의 두 차례 방중(訪中) 이후 중국에서 생필품이 들어오면서 북한의 장마당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과 인터뷰한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얼마 전 함경북도 무역국 간부가 무역 부문 관계자회의에서 '그래도 우리가 믿을 곳은 중국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며 "조(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한 내용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도 이런 분위기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에게 '경제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남·북·러 3각 협력사업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철도, 가스, 전력 등이 한반도를 거쳐 시베리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도 대북 경제 협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의 연결·현대화 문제 등을 위한 남북 실무회의를 조만간 열 계획이다. 지난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개성공단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변국 정상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만이 지난 2일 "핵무장한 북한을 일본이 용인할 리 없다. 압력을 높여 빠져나갈 길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압박 유지'를 강조했다.

    ◇NEC 위원장은 "제재 강하게 가동 중"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한 '미끼'라는 분석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시 발언의 맥락을 보면 아직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결심하지 못한 김정은의 '결단'을 설득해 내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일(현지 시각)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북 제재가 매우 엄격하고 강하게 가동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제재가) 완화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것도 트럼프 발언의 파장을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보일 때만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북한과의 사업 재개를 원하는 국가·기업들에 '그린라이트'를 켜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 번 허물어진 경제 제재를 복원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만약 비핵화 협상이 잘 안 되면 미국은 다시 제재로 복귀하려 할 텐데, 그때 한국과 중국은 따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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