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병 만드는 사회’... 김태훈, 질병공화국 대한민국에 메스를 들이대다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2018.06.11 06:00

    만들어진 질병
    김태훈 지음|블루페가수스| 284쪽|1만4500원

    “저는 ‘비만은 본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비만은 질병에 가깝다고 보지요.”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암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초미세먼지 증가속도 1위, 항생제 오남용 1위 국가로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슬로건이 무색한 수치들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의학의 발전은 더욱 가속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에 의해 의학 지식과 의료 기술 모두 탁월한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 기대된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질병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전문가 4인, 박용우, 서재걸, 양재진, 임종필을 소환한다. 그는 이들과의 대담을 통해 현대사회를 ‘질병 사회’로 규정한다. “우리 시대의 질병은 우리와 사회, 곧 우리들의 세상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며, 그것은 인류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하고 진화해왔다.”

    대표적 예가 비만이다. 비만은 1970년대 이전까지 선택된 소수의 인류만이 경험해봤던 희소병이었지만, 지금은 기아에 고생하는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하면 전 세계인들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존재로 떠올랐다. 비만의 사회적 질병화가 1971년 미국의 농무부장관 얼 버츠의 정책에 의해 시작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역사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비만을 고과당 옥수수 시럽의 탄생이 불러온 재앙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질병의 원인과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의학이라는 제한된 범주에 머물러선 안 된다. 역사학과 사회학의 범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산업의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재걸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를 지적하며 의학이 진단보다 치료에 더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의학이 아닌 산업의 효율성이죠.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은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증상을 완화하고 없애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간편하죠. 약을 쓰면 되니까요. 환자를 소비자로 받을 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의 입장에선 그쪽이 훨씬 효율적인 운영방식인 겁니다. 의학은 학문이지만 의료는 산업입니다.”

    의학이 학문을 벗어나 산업의 세계로 귀속되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동안 인문학의 위기를 걱정해온 것처럼, 이제는 의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김태훈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 돋보이는 이 책은 전문가 4인이 답하는 과정에서 현대사회에 등장한 질병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아본다. 또한 현대의학의 오늘을 진단함으로써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의료 기술이 산업을 만나 생성되는 문제들도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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