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매켄지가 인류학 전공자를 270명이나 채용한 이유는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2018.06.06 06:00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
    조지 앤더스 지음, 김미선 옮김|사이|284쪽|1만4500원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히 말해서 나의 실수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생산 차질과 관련해 지난 4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전 세계 전기차 혁명을 주도한 테슬라는 최근 1개월 사이 주가가 13% 폭락했다. 그동안 인간을 뛰어넘을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첨단 테크놀로지의 부작용은 인문학과 인간에 대해 다시 한번 시선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바야흐로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인간을 찾는다. 그것도 그동안 ‘비실용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인문학적 감각을 지닌 인간 말이다.

    이 책은 포브스 객원기자 조지 앤더스가 2015년 기고한 기사 ‘쓸모없는 인문학 공부가 테크놀로지 분야로 진출하는 가장 핫한 티켓이 되다’에서 출발했다. 당시 기사는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선언’으로 여겨질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왜 최첨단 하이테크 시대에 세상은 인문학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 걸까? 저자는 인문학적 감각을 인간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재능이라 말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우리 뇌는 사실만 들어차고, 분석은 못 하게 됐다. 우리 일상이 자동화될수록, 디지털 접속이 더욱 쉬워질수록, 빅데이터라는 광활한 사막지대에서 헤맬 일은 더 많아진다. 이제 수많은 데이터와 숫자의 의미를 해석할 줄 알고, 그 안에 숨겨진 핵심을 추출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중요하게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의 경우, 프로그래머 팀이 기존에 나와 있는 코드를 활용하면 수 주일 만에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낯선 기술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설득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기에, 엔지니어들이 더 많은 기술 혁신을 이뤄낼수록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진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인문학적 감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설립자 중 3분의 1이 인문학을 공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IBM은 블록체인 팀에 사회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매켄지에는 인류학 전공자가 270명이나 일하고 있으며, 딜로이트는 입사시험에 예술 과목을 추가했다. 페이스북의 ‘엄지 척’ 디자인을 창시한 사람은 작곡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문학적 감각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게 하고, 데이터와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게 하며, 사실과 공식이 아닌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두뇌를 채우게 한다. 또 한발 물러서서 맥락을 직시하게 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하나의 결정으로 통합하게 한다. 테크놀로지 시대에 실용적인 공부는 다음 달에 하게 될 일을 준비시키지만, 인문학은 우리에게 ‘영원’을 준비시킨다. 저자에 따르면 인문학적 감각은 비밀의 묘약 같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연마할 수 있는 역량이다. 꾸준히 은밀하게 연마한 인문학적 내공은 인공지능 시대에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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