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스토리] 스페인 새 ‘미남’ 총리, 46세 산체스…'유다' 오명 무릅쓰고 총리직 쟁탈

입력 2018.06.04 13:53

‘미남’이라는 별명을 가진 페드로 산체스<사진> 신임 스페인 총리가 지난 2일(현지 시각)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사회당)의 대표인 산체스 총리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사르수엘라 왕궁에서 필리페 6세 국왕에게 취임 선서를 했다. 우파 국민당 출신의 마리아노 라호이(63)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하원 표결을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총리 자리에 오른 것은 스페인 역사상 산체스 총리가 처음이다.

◇ 2016년 역대 최악의 선거 참패 경험

올해 46세인 산체스는 마드리드 출생으로, 1990년 마드리드 명문대인 콤플루텐세 대학을 졸업한 뒤 브뤼셀 프리 대학에서 정치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2012년에는 경제학 박사까지 취득한 이코노미스트인데, 학창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키가 190cm에 달하는 데다, 훤칠한 외모를 갖고 있어 그에겐 ‘미남’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따라 붙는다.

학창 시절부터 정치를 꿈꿨던 산체스는 2004년 마드리드 시의회의 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치 입문 전에는 UN 직원으로 일하면서 코소보 내전에도 뛰어든 경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산체스 총리가 아직 스페인 중앙 정계에서 정치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드물다는 점이다. 2009년 37세에 처음 하원 의원에 선출됐으나, 2011년 실시된 조기 총선으로 2년 만에 의원직을 내려놔야 했다. 그는 이후 2014년부터 사회당 대표를 맡아왔는데, 2015년과 2016년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했던 적이 있다. 특히 2016년 선거는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 현지 좌파 언론을 그를 ‘불성실한 멍청이’로 묘사하곤 했다.

산체스는 2016년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회당 대표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일부 열성당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20개월 만에 다시 당대표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회당 내부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라호이 총리 부패 스캔들로 급부상

정치 경험도 행정 경험도 부족했던 산체스가 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임 라호이 총리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스페인 법원은 라호이 정부의 고위 관료 등 핵심 당원 29명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사업가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총 351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라호이 총리도 지난해 7월 현직 총리로선 처음으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라호이는 지난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대해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헌법 조항을 동원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통치라는 초강수를 두는 등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지만, 라호이의 강경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이유에서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일(현지시간) 불신임안이 통과된 후 의회을 떠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산체스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카탈루냐 정책을 두고 라호이와 정책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부패 스캔들이 스페인 정국을 뒤흔들자, 그는 돌연 정치적 입장을 바꿔 라호이 총리의 불신임안 투표를 주도했고 결국 총리직까지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부 의원들은 산체스 총리를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 빗대 맹비난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인 엘파이는 산체스가 총리직에 오른 것을 두고 ‘산체스 박사의 기적’이라고도 불렀다.

‘어부지리’로 총리직을 얻은 탓에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아직 굳건하지 않다. 사회당은 의회 350석 가운데 84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당은 국민당 불신임 투표에 힘을 모았던 급진 좌파 정당 포데모스(67석),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24석), 바스크국민당(5석) 등에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 親EU 정책 지속...조기 총선 불가피

이탈리아와 달리 산체스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 수호를 지지해 온 대표적인 친(親)EU 인사라 당분간 스페인은 EU와 안정적인 정치적 유대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스페인의 정정 불안은 아직 진행형이다. 사회당 출신 국회의원이 전체 의석의 4분의 1에 불과한 데다, 국민당과 달리 사회당 정책을 실행하려면 새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는 규정상 2020년 중반까지 총리직에 남을 수 있지만, 정책 추진을 위해 조기 총선을 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페드로 산체스(46) 신임 스페인 총리가 2일(현지시간) 마드리드의 사르수엘라 왕국에서 필리페 6세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이와 관련, 싱크탱크 테네오연구소의 안토니오 바로수 부소장은 APF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2개월 이내에 조기 총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마드리드자치대 페르난도 발레스핀 교수는 “산체스는 의회에서 쉽게 다수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밖에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탈루냐와의 갈등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총리 취임선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대화를 제의한다”면서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부 대 정부로서 협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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