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All That Golf] 쭈타누깐을 바꾼 '스마일 루틴'

입력 2018.06.04 09:36 | 수정 2018.06.04 15:13

쭈타누깐이 US여자오픈 4라운드 16번홀에서 경기가 지연되자 백에 등을 기대고 쉬며 웃고 있다. /USGA
여자골프 사상 최고의 장타자라는 평을 들으면서도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했던 에리야 쭈타누깐은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웃는 스마일 루틴으로 정상에 올랐다.

쭈타누깐(태국)은 4일 여자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시즌 2승째이자 통산 9승째를 올렸다. 메이저 우승은 지난 2016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이후 2승째다.

쭈타누깐은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태국 남녀 통틀어 최초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등 ‘태국의 박세리’로 불린다.

최근 쭈타누깐을 상징하는 모습이 바로 ‘스마일 루틴’이다. 그는 샷을 하기 전 입가를 말아 올리며 웃는다. 연습을 할 때도 동일한 루틴을 반복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퍼팅을 하는 박인비가 ‘사일런트 어새신’(침묵의 암살자)으로 불린다면 쭈타누깐은 ‘스마일링 어새신’(미소 짓는 암살자)이다.

쭈타누깐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코스에서는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다.

2016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마지막 3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우승컵을 리디아 고에게 헌납했다.

2013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혼다 타일랜드 때는 2타 앞서다 18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한 적도 있다. 당시 우승자는 박인비였다.

절박함 속에서 쭈타누깐이 찾은 게 미소다. 그의 코치인 피아 닐슨과 린 메리엇은 스웨덴 출신으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스승이다. 이들은 소렌스탐과 함께 18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 54타를 치자는 ‘비전 54’ 팀을 이뤘다.

이들은 “쭈타누깐은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플레이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늦추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다가 미소를 권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쭈타누깐의 또 다른 상징은 2번 아이언이다. 아마추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남자 프로 선수들도 요즘은 거의 2번 아이언을 사용하지 않는다.

쭈타누깐은 그러나 “2번 아이언이 정말 편하다. 드로와 페이드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역 여자 골퍼 중 2번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골퍼는 쭈타누깐 외에 렉시 톰프슨 정도만 꼽힌다. 다른 여자 선수들의 백에서는 2번 아이언은커녕 4번 아이언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남자 선수들도 2번 아이언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2006년 디 오픈 때다. 당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강한 바람의 황량한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 2번 아이언으로 ‘스팅어 샷’을 날리며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에서 쭈타누깐은 2번 아이언과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드라이버는 아예 백에 넣지 않았다. 쭈타누깐은 드라이버로 PGA투어 선수들처럼 300야드 이상을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향성에 자신이 없자 드라이버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부분 대회에서 아예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고, 연습라운드때만 ‘장난 삼아’ 쳐본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 속절없이 무너지던 쭈타누깐은 이제 LPGA투어를 지배하던 한국 선수들의 최대 라이벌이 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과 쭈타누깐은 상대가 잘하면 박수를 보내고 우승을 축하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이며 팬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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