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옥탑방의 기적

입력 2018.06.04 03:00

건물에 있던 60대 세입자 경상 "1층에서 '뚜둑' 하더니 와르르"

3일 '용산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옥선(여·68)씨는 "순식간에 건물이 내려앉아 죽는 줄만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건물에는 이씨 부부를 포함해 4명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다른 3명은 외출했거나 일을 나가고 없었다. 이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다.

식당 점원으로 일하는 이씨는 이날 휴일을 맞아 홀로 건물 4층 옥탑방에 남아 늦은 아침밥을 먹고 빨래를 했다. 중국에 있는 친언니와 통화를 하던 중 집이 '쿵쿵' 울려 수리를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씨는 "'뚜둑' 하는 굉음이 세 번 정도 나더니 선반의 물건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어~'하고 외치는 사이 2초쯤 아래로 뚝 떨어지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이제 죽는구나'싶었다"고 말했다. 폭발 소리 같은 것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약 10m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졌지만 다리와 팔에 경상만 입었다. 이씨는 "1층으로 떨어졌을 때 돌에 세게 부딪히는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층부터 차례로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4층에 있던 이씨의 충격이 덜 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이씨가 1~2층에 있었으면 무거운 건축 자재에 깔려 위험했을 것"이라며 "옥탑방에 있었기 때문에 잔해물이 쿠션 역할을 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잔해 더미에 다리가 끼어 '사람 살려'라고 소리를 지르자 구조대가 꺼내줬다"며 "다행히 기절을 하지는 않아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심모(68)씨는 이날 오전 5시부터 보도블록 공사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이씨가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갔다. 심씨는 "1~2년 전부터 비가 많이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 대야를 받쳐놔야 했다"고 했다. 중국 동포인 이씨 부부는 2005년 한국으로 왔다. 13년간 이 건물 15평(49.6㎡) 크기의 단칸방에서 월세 15만~25만원을 내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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