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추락때도 살았는데… 黨스캔들에 무너진 라호이 前 스페인 총리

입력 2018.06.04 03:00

자기 잘못 아닌 당간부들 비리로 불신임안 통과돼 불명예 퇴진
정치적으로도 질긴 생명력 보여 메르켈 "코끼리 가죽같다" 평해

마리아노 라호이(63) 스페인 총리가 여당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로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사진은 라호이 전 총리가 지난 2016년 총리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마리아노 라호이(63) 스페인 총리가 여당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로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사진은 라호이 전 총리가 지난 2016년 총리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숱한 난관을 겪고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마리아노 라호이(63) 스페인 총리가 결국 자기 잘못이 아닌 여당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다. 의회에서 불신임안이 통과된 그는 2일(현지 시각) 자신을 축출한 페드로 산체스 사회당 대표가 왕궁에서 총리 선서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부동산 공증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라호이는 1979년 24세에 사경을 헤맬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목숨은 건졌지만 턱 관절에 장애가 생겨 발음이 불분명해졌다. 얼굴에도 큰 흉터가 남았다. 그 흉터를 가리고자 그때부터 긴 수염을 길렀다.

31세에 중도 보수 국민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한 라호이는 호세 아스나르 총리 시절인 1996년부터 2003년에 내무부, 교육문화부 등의 장관을 맡아 경력을 쌓았다. 2004년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자 야당이 된 국민당 대표에 올랐다.

2005년 그는 한 번 더 구사일생 경험을 한다. 타고 가던 헬기가 건물을 들이받은 뒤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 사고에서도 그는 손가락 골절상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그는 "살았다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라호이는 야당 대표로 치른 총선 두 번에서 내리 참패하고 2011년 세 번째 총선에서 이겨 7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2016년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국민당은 350석 중 137석에 그쳐 궁지로 몰렸다. 야권이 뭉치면 정권을 빼앗길 위기였다. 하지만 원내 4당 시우다다노스와 극적으로 연정을 성사시켰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라호이 당신은 코끼리 가죽을 가졌냐"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다. 교통사고, 헬기 사고를 극복하고 총리로도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 것을 빗댄 말이었다.

불사조 같던 그였지만 당내 부패 스캔들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스페인 법원은 업자들에게 공공 사업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당 간부 29명에게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라호이는 이 사건과 무관했지만 야권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라호이는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무원 20만명 감축을 필두로 강력한 재정 개혁을 실시했다. 나랏빚을 크게 줄였고, 2015년 이후 3년 내리 3%대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퇴임 소감으로 "7년 전 처음 총리를 맡았을 때보다 훨씬 나아진 스페인을 넘겨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긴축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대중적 인기는 낮았지만 경제 회생이라는 공적이 뚜렷한 총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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