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벽이 임산부 배처럼 불룩하게 "… 용산 상가, 이미 붕괴 조짐

입력 2018.06.03 20:36

“건물 벽이 평평해야 하는데 지난달부터 임신한 사람의 배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왔습니다.”
“지난달 건물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해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습니다.”

3일 낮 12시 35분 갑자기 무너져 완전히 붕괴된 서울 용산 4층 상가 건물 세입자들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건물에서 ‘붕괴 조짐’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건물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었다. 일요일이라 건물 1~2층 식당이 문을 닫았고, 3~4층 거주자들도 대부분 외출 중이어서 다행히 부상자 1명 외에 사망자는 없었다. 주민들은 “평일이었다면 정말 대형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방당국이 3일 서울 용산구에서 무너져 내린 4층 상가 건물에서 추가 매몰자가 있는지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고성민 기자
◇52년 된 노후 건물…”이미 건물 기울어 있었다”

사고가 난 지 4시간 반이 지난 오후 5시쯤, 이 건물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세입자 이모(59)씨는 무너져내린 건물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지난달부터 건물 벽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며 “벽이 평평해야 하는데 임신부 배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현관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수리공을 불렀더니 ‘건물이 내려오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어제도 현관문이 잠기지 않아서 겨우 문을 닫고 나섰는데, 이미 건물이 기울어 있었다는 조짐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세입자인 정모(31)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 정씨는 “지난달 건물에 금이 간 것을 발견해, 용산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며 “구청에 건물 사진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이후 현장을 둘러본다고 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보낸 사진을 보면, 이 건물 1층 화장실 쪽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기다랗게 금이 가 있고, 아랫부분이 불룩하게 튀어 나온 모습이다. 벽이 튀어나오면서 타일이 떨어져 나간 모습도 눈에 띈다.

3일 붕괴된 서울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 세입자 정모씨가 최근 촬영해 용산구청에 제출한 사진. /붕괴 건물 세입자 정모씨 제공=연합뉴스
용산재개발 5구역에 포함된 붕괴 건물은 1966년 건축됐다. 지은 지 52년이 지났고, 붕괴 우려가 제기됐지만 담당 구청은 위험시설물로 관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건물은 위험시설물로 관리되지 않았다”며 “재개발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건물 철거 등 안전에 대해 조합이 책임진다”고 했다.

용산 재개발 5구역은 10여년 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현재 재개발조합이 설립돼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사고… 평일이었다면 끔찍”

사고 당시 이 건물 1~2층에 있는 식당들은 일요일이라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또한 3~4층에 사는 4명 중 3명도 외출 중이었다. 주민들은 만약 평일이었다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입자 이씨는 “건물이 무너졌다는 전화를 듣자마자 충격에 쓰러졌다”며 “사고가 난 점심시간은 한창 손님이 많아 바쁠 시간인데, 평일에 사고가 났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붕괴된 상가 옆 건물의 세입자 김명환(59)씨는 “4층짜리 건물이 우리 건물 쪽으로 무너졌으면 어떡할 뻔 했느냐, 친척 14명과 함께 있었는데 도미노처럼 우리 건물까지 쓰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4층에 사는 이모(68·여)씨 한 명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1층 건물 출구 부근에서 매몰된 채 발견됐다. 오른쪽 팔과 왼쪽 찰과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씨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상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 “붕괴 원인 아직 파악 못 해”… 추가 인명 피해는 없어

이웃 건물에 있던 김명환씨는 “지진이 나는 것처럼 ‘우르르’하고 땅이 울리면서 정전이 돼서 밖으로 나와봤더니 건물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물이 붕괴된 원인은 이날 오후 8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갑작스레 건물이 무너져 구체적인 붕괴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은 오는 4일 붕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현장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소방당국은 소방차량 등 장비 60대와 219명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한 결과 추가 매몰자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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