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불신임 퇴진'… 7년 만에 좌파 정부 들어섰다

입력 2018.06.02 03:03

집권당 정치자금 스캔들로 낙마

스페인에서 1일(현지 시각)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를 전격 통과하면서 제1 야당인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가 총리로 선출됐다. 라호이는 여당인 국민당에서 불거진 대규모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발목이 잡혔다.

스페인 하원은 이날 재적 의원(350명) 과반인 180명의 찬성으로 라호이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불신임안은 사회당(84석)과 제3당인 극좌 성향 포데모스(67석)가 주도하고, 일부 군소 정당도 동조했다. 불신임안이 통과하는 순간 국회법에 따라 라호이는 실각했고, 산체스가 총리로 실권을 쥐었다.

1일(현지 시각) 스페인 국회의사당에서 신임 총리가 된 페드로 산체스(왼쪽) 사회당 대표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마리아노 라호이(오른쪽)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물러나는 스페인 라호이 총리 - 1일(현지 시각) 스페인 국회의사당에서 신임 총리가 된 페드로 산체스(왼쪽) 사회당 대표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마리아노 라호이(오른쪽) 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스페인 하원은 소속당 간부들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진 라호이 총리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스페인에서 2011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사회당이 집권하게 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46세인 산체스는 경제학 교수, 마드리드 시의원 등을 지내다 2009년 37세에 하원 의원에 선출됐다. 2014년 당대표에 올랐지만 2016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사회당 내부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지난해부터 다시 당을 이끌고 있다. 키가 190㎝으로 대학생 시절까지 농구 선수로 활동했다. 외모가 수려해 별명이 '잘생긴 페드로'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았다. 이에 따라 EU(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중 스웨덴·포르투갈·슬로바키아·루마니아·몰타 그리고 스페인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권 출범이 결정되고, 동시에 스페인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유럽에 재정 위기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산체스는 전 정권의 공무원 감축, 연금 지급 억제 등 긴축 정책을 이어받지 않고 다시 재정 지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산체스와 사회당은 EU와 유로존(유로화 쓰는 19개국) 체제를 지지하고 난민에 대해서도 적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EU 탈퇴와 난민 배척을 공언하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낙마한 라호이 전 총리는 재정 위기를 겪던 2011년 말 취임한 이후 노동 개혁과 공공 개혁을 꾸준히 추진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3%대 성장을 일궈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당 내부의 부패 스캔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국민당 간부들은 공공 입찰 사업에 개입해 특정 업자들에게 일감을 몰아준 다음, 낙찰가 일부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주 스페인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당 간부 29명에게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사회당과 포데모스가 라호이에 대한 불신임안을 지난달 28일 의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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