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선망도 원망도 없는 청춘' 류준열, 이토록 힘센 무표정이라니...

입력 2018.06.02 07:00 | 수정 2018.06.02 08:18

선망도 원망도 없는 우리 시대 청춘의 얼굴, 류준열
오디션장, 막노동판 전전하다 서른 살에 본격 데뷔
“재능 없다 생각해서 열심히… 다시 태어나도 이 얼굴 좋아"
‘응팔' 신드롬 3년 만에 ‘택시 운전사' ‘더킹' ‘침묵'에 이어 ‘독전'에서 인생 연기

류준열(33세)의 매력적인 무표정. 류준열은 2000년대 초의 류승범보다 좀 더 따뜻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사진 제공=NEW
류준열을 보면 독립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2000년대 초중반의 류승범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IMF 이후 IT 버블로 돈과 직업과 여흥이 넘치던 대한민국에 난데없이 나타나 B급 마이너 류승범. 자본주의 욕망의 외곽에서 돌격하는 그의 힘센 ‘날 것’ 연기에 사람들은 해방감을 느꼈다.

류준열은 어떤가. 그는 영화 ‘소셜포비아(2015년)'에서 쌈마이 아프리카 BJ 역할로 라이브에 가까운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인 후, tvN의 복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김정환' 역으로 단번에 스타가 됐다. 찢어진 눈, 도톰한 입술, 웃기고 복고적이며 자기 확신에 찬 매력적인 애티튜드는 유사하지만(‘잘생김'을 연기한다고 표현되는), 류준열은 2000년대 초의 류승범보다 좀 더 따뜻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류준열은 금융 위기 이후 경제불황과 청년 실업으로 침체된 사회에서 큰 희망도 절망도 없는 우리 시대의 보통 청년의 모습을 과장없이 그려낸다. 기존의 성공 신화를 좇아 비명을 지르며 (남의 인생을)사는 대신 스스로 자기 인생을 정중하게 대접하는 방식으로.

나는 류준열이 ‘응팔'에서 매사 심드렁한 얼굴로 수선 떨지 않고, ‘쌍문동 골목 친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 중심이 분명한 청년이 머지않아 대배우들과 일하게 될 거라고 짐작했다.

본격적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그가 참여한 영화들을 보라. ‘택시 운전사'에서는 송강호, 유해진과 걸쭉한 사투리로 몸을 비볐고, ‘침묵'에서는 망상적인 스토커가 되어 최민식을 위협했으며, ‘더킹'에서는 전 재산으로 슈트 한 벌 사서 입고 조인성과 정우성의 비주얼과 맞먹는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신기한 건 송강호 때문에, 최민식 때문에, 조인성과 정우성 때문에 본 영화를 류준열이라는 수더분한 ‘친구’의 시점으로 복기하게 되더라는 것.

영화가 공공연한 ‘남성 협동 일터’라는 점을 참작할 때, 다양한 캐릭터를 통과시킬 수 있는 수수하고 개성적인 외모에 젊고 밝고 겸손한 매너를 갖춘 실력파 연기자는 의외로 흔치 않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은 ‘류준열의 레퍼런스는 류준열이었다’라고 했다.
확실히 류준열은 행동거지는 넘치는 데가 없으며, 눈빛은 침착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빗속에 선 혜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일찍 다녀” 한마디 하고 뒤돌아설 때,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시골집으로 온 김태리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건네며 “밤에 안고 자"하며 돌아설 때, 그 무뚝뚝함에 담긴 속 깊은 친절은 그의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은어)’ 신화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그렇게 넘치는 데 없이 침착한 눈빛으로 ‘만인의 친구’를 연기했던 류준열이 마약 조직을 다룬 스타일리시한 범죄 영화 ‘독전'에서 고독한 청년 ‘락'으로 돌아왔다. 홍콩 누아르의 거장 두기봉 감독의 ‘마약 전쟁(2013년)을 리메이크한 ‘독전’은 희대의 마약 조직과 이를 잡기 위해 사생결단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해영 감독의 설명에 의하면 ‘락'은 만화 ‘몬스터'의 주인공 요한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촬영을 진행하면서 감독은 ‘류준열의 레퍼런스는 류준열이었다'고 정정했다.

류준열을 만났다. 줄무늬 티셔츠에 검정 팬츠, 흰 운동화를 신은 건강한 젊은이가 치약 거품처럼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멋지게 입었다'고 칭찬해주었더니 활짝 웃었다. “예뻐 보이고 싶었어요.” 영화 속에서와 달리 현실의 류준열에겐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는 밝은 기운이 넘쳐흘렀다. 눈에는 수시로 감출 수 없는 기쁨의 광채가 일었다.

무엇이 33살 청년을 저토록 충만하게 만드는가.

40대에도 지금처럼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류준열. “너무 행복해요. 구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슈트 입은 모습이 간결하고 섹시하더군요. ‘더 킹'에서 간을 보긴 했지만 프로포션이 매우 탁월했습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고기를 많이 먹고 살을 빼서 긴장감을 주려 했습니다(웃음). 많은 옷을 입지 않기 때문에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지요.”

-중국 마약조직 보스를 맡은 고(故) 김주혁이 당신을 설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넘치는 데가 없는 사람'이라고요.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가 군데군데 깔려있었어요(웃음). 저는 이 영화에서 거의 말이 없지만, 없는 대사도 만들어 하던 평소 성격과 달리 애드립도 하지 않았어요. 조사나 어미 하나 바꾸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작가(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썼던 정서경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했습니다. 모자람 없이 꽉 찬 대본이었어요.”

-‘독전'이 무슨 뜻이지요?

“마약을 두고 벌이는 독한 사람들의 전쟁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홀로 싸우고 있다는 느낌도 납니다. 제가 연기한 ‘락'은 외로운 인물이에요. 이제까지 여럿이서 지지고 볶는 작품만 하다, 홀로 있으려니 당황스러웠어요.”

-‘독전’의 영어 제목이 ‘Believer’더군요. 설명해주겠어요?

“마약 조직을 쫓는 형사 ‘원호'와 그를 돕는 조직원 ‘락'... 그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믿어야 하는지, 그 믿음이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혼란을 겪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말하고 있어요.”

‘독전'에서 류준열이 맡은 ‘락'은 조직에서 버림받은 하수인이지만 왠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독전'은 캐릭터와 스타일이 곧 개연성인 영화다. 사각팬티에 비단 가운을 입고 폭주하는 김주혁은 외계에서 떨어진 생명체처럼 파악하기 힘들며, 소금밭의 농아 남매는 트랜스 음악에 취해 마약을 만들면서 이상한 활력을 자아낸다. 류준열이 맡은 ‘락'은 조직에서 버림받은 하수인이지만 왠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인물은 어떻게 창조했습니까?

“저와 유사한 부분에 집중했어요. 제 안에 어떤 걸 꺼내서 보여줄지가 관건이지요. 제가 맡은 ‘락'은 스스로 누군지 모르는 인물이에요. 어느 날 컨테이너에 실려 온 고아... 국적조차 모르지요. 저 또한 배우로 살고 있지만, 혼자 있을 때는 정체성의 혼돈을 겪어요.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심정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이번엔 제 안의 외롭고 어둡고 우울한 면을 모두 끄집어냈고, 실제로 씁쓸하고 공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놀랍군요. 이제까지 당신이 보여준 모습은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안다'는 인상이었어요. 자기 의심이 없고 표현이 스트레이트 해서 초창기의 류승범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반색하며)감사하죠. 전 ‘멋’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데, 류승범 씨야말로 멋짐의 대명사니까요.”

-‘나는 나를 모른다'를 설정과 달리 영화 내내 침착한 눈빛이더군요. 불안과 혼돈이 없었어요.

“하하. 현장에선 몹시 불안해했습니다. 이해영 감독님은 제가 뭔가 인위적으로 하려고 들면 자제를 시켰어요. 오히려 단번에 오케이를 내곤 해서 ‘시간이 없나?’ 의심할 정도였어요. 제가 안절부절못하면 모니터를 보며 한마디 했어요. “눈빛을 봐. 이미 나왔잖니."”

나는 우연히 유아인의 ‘버닝'과 류준열의 ‘독전'을 거의 동시에 보았다. ‘버닝’이 미스터리와 메타포로 흥건한 영화 작가의 몽상록이라면, ‘독전'은 빼어난 비주얼과 장르적 사건, 흥미로운 배우들이 포진한 야심만만한 오락 영화였다.

그리고 어차피 비현실적이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라면, ‘유통회사 알바생’을 연기한 33살 유아인보다 ‘마약유통회사 막내’를 연기한 33살 류준열이 영화적으로 더 흥미로웠다. 특별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매달리지 않는 이 ‘부모 없는' 젊은이에게선 비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무엇보다 류준열의 눈빛엔 선망과 원망의 기운이 없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저당 잡히지 않은 ‘탐욕 없는 청년’의 눈빛이었다.

송강호, 유해진과 함께 했던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80년대 순박한 광주 청년을 연기했다.
-당신의 지난 3년간의 이력을 보면 큰 희망도 절망도 없는 우리 시대의 보통 청년을 연기해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나는 그게 눈 밝은 감독들의 절묘한 캐스팅이었는지, 당신의 안목이었는지 궁금했어요.

“그걸 알아봐 주셨다는 것만으로 기뻐요. 진심으로 그게 보였다니… 너무 기뻐 인터뷰를 멈추고 싶을 정도예요(웃음).”

-구체적으로 말해주겠어요.

“저는 오락 영화에도 시대가 담겨 있다고 믿었어요. 그 안에서 제 고민도 함께 묻어나길 바랐지요. 저는 86년생 33살입니다. 지금 33살 제 친구들은 갈피를 잡기 힘들어해요. 그건 ‘내가 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이죠. 제 나이의 친구들은 취업했다가도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건 20대의 고민과는 또 달라요. 굳게 믿고 갔던 길을 다시 돌아왔을 땐 허탈한 마음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농부가 되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나요?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모습에 감화받았습니다.

“영화 캐릭터지만 뭔가를 아는 친구였죠(웃음). 저는 2015년에 데뷔해서 3년 동안 열심히 달렸어요. ‘응팔' 이후 열심히 배우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독전'도 그런 맥락에서‘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조진웅 선배는 쫓는 자로 직진하지만, 저는 협력하고 쫓기면서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애착을 갖게 됩니다. 적을 통해서라도 나를 찾고 싶을 만큼 그 욕망은 굉장히 먹먹하고 진한 거예요.”

류준열은 경기도 수원에서 1남 1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학 진학을 준비하다 문득 ‘이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는 단편영화와 독립영화에서 이력을 쌓으며 성실하게 오디션장을 찾아다녔다. 간간이 피자 배달, 막노동, 고깃집 서빙, 돌잔치 사회 등을 봤으며 초등학생 방과 후 수업에서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마침내 서른 살이 되던 2015년. ‘소셜포비아' 오디션장엔 교정기를 낀 채 나타나 현직 아프리카 BJ를 능가하는 현란한 라이브를 선보이며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2015년 5월 18일 마침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3차에 걸친 오디션에 합격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저런 청년을 대체 어디서 찾았나?’였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년)’에서의 귀여운 류준열.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무덤덤한 표정과 멋쩍은 미소를 지닌 쌍문동 둘째 아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골목에 갖다 놓아도 토종 풀처럼 어울렸다. 장발에 나팔바지를 입은 순박한 광주 청년일 때도 슈트를 빼입은 들개파 이인자일 때도, 밀짚모자를 쓰고 사과를 따는 과수원 총각일 때도, 어둠에서나 빛에서나 류준열은 저 자신의 자연광으로 담백하게 빛났다.

그리고 모두가 주인공 이고 싶어 하는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의 시대에, 나설 때와 숨죽일 때를 아는 이 청년의 조바심 없는 태도는 그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었다.

-유년 시절의 류준열은 어떤 아이였나요?

“까불이였지만 멍석을 깔아주면 도망을 갔어요. 직업인이 되고 나서야 용기를 냈어요. 누구나 그렇지만 칭찬을 받으면 신이 나서 빠져들었죠.”

-내가 재능이 있다는 확신은 어떻게 얻었나요?

“진심으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어요. 대학에 가서 공부도 하고 몰래 남들을 흉내 내면서요. 그래서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멋짐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자기만의 걸작을 소유한 다른 배우들을 보세요. 최민식, 송강호 유지태… 자기 포스를 지닌 위대한 분들은 사실 동네 형처럼 소탈해요. 그분들이 저를 동등한 배우로 오롯한 역할로 서 있을 수 있도록 해주신 거죠.”

조인성과 정우성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오롯했던 ‘더킹’.
-과거의 배우들이 무언가를 과하게 하려 들었다면 당신은 ‘하지 않는걸’ 잘 하더군요. 가만히 있는 것…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자제력입니다. 조진웅, 김주혁, 차승원 등 센 배우의 강한 액션을 무표정으로 상대하는 에너지에 정말 놀랐습니다.

“무표정이 좋은 배우 가만히 서 있어도 좋은 배우가 진짜 배우라고, 학교에서 배웠어요(웃음). 말을 안 하면 관객들이 답답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감정이더라고요. 어떤 감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느냐에 따라 그 에너지가 표출될 거라는 거죠. 마약을 만드는 농아들과 수화로 얘기하는 장면은 좀 어려웠지만요.”

-기 센 배우들을 상대하는 게 버겁진 않던가요?

“전혀요. 저는 선배님들의 배려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어디 한번 해봐라!’는 식이 아니라, 동료로서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더 킹'의 정우성 조인성 선배도 ‘택시’의 송강호 선배도 ‘침묵'의 최민식 선배도 모두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이었고, 저는 그 혜택을 본 것뿐이에요. 조진웅 선배의 열정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누가 특별히 당신의 우상이 되었나요?

“진심으로 현장에서 오래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이요. 배우는 찾아주셔야 일을 할 수 있어요. 여러 이슈가 있겠지만 연기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닌 듯해요. 오래 지속적으로 일하는 배우들을 현장에서 보면 인격적으로 완성이 돼 있더군요.”

-연기하는 게 즐거운가요?

“즐거워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연기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죠. 무엇보다 이 일은 만나고 헤어지는 일의 반복이에요. 찍고 또 찍고… 현장에서 사람들과 북적이며 추억을 쌓는 것. 영화를 한다는 건 좋은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일이에요. 저는 그 점이 좋아요.”

‘독전’은 류준열에게 독한 전쟁이라기 보다 고독한 전쟁이었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동료 배우들과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나요?

“그 영화는 사계절을 시간순으로 찍었어요. 시골이었고 임순례 감독과 함께 휴가 떠나는 기분으로 촬영했어요. 과수원 청년으로 즐겁게 살았습니다. 힐링이 되는 시간을 보냈죠.”

-당신의 마음의 중심에 무엇이 있나요?

“(고민하다) 바르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하는 게 목표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신념이 있어요. 그 과정에 더 쉬운 길도 보이고 꼼수를 쓰고 싶은 유혹도 들지만, 그러면 나중에 결국 삐걱거리고 문제가 생겨요.”

류준열은 더 깊게 이야기하면 종교적으로 빠질 것 같다고 손을 저었다. 그는 크리스천이며 현재 성경의 시편과 신명기를 탐독 중이라고 했다. 시편 1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고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특별한 기회를 바라는 성가신 존재들이 판치는 세상에 정도를 가는 유기농 청년을 만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외모가 정말 사랑스러운지 시험하듯 물어보았다.

“전 다 맘에 들어요(웃음). 다시 태어나도 이 모습이 좋아요. 잘생긴 모습이 아니라 저마다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요. 제가 추구한 건 ‘멋’이었는데, 요즘엔 ‘멋짐'을 연기한다는 말을 듣고 있잖아요(웃음).”

화사한 유기농 청년, 류준열.
해맑은 미소는 전염성이 있어 그를 바라보는 내 입도 덩달아 귀에 걸렸다. 성형과 시술이 일상화된 시대에 자기 신뢰와 노력만으로 대중의 시선을 교정한, 멋진 청년, 류준열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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