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 열기 후끈..2강3약 구도

입력 2018.06.01 17:10 | 수정 2018.06.03 12:49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시장 교체”
자유한국당, 서병수 “변화 계속”
바른미래당 이성권 “젊은 심장”
정의당 박주미 “삶을 바꾸는 시장”
무소속 이종혁 “무소속이 희소식”


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터리. ‘시장을 바꿉시다’, ‘변화는 계속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의 큼지막한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이들 현수막들이 걸린 건물은 오·서 후보의 선거사무실이다. 오 후보는 이 로터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농협건물에, 서 후보는 여기서 롯데백화점쪽으로 2개 건물을 건너 아이온시티 빌딩에 각각 사무실을 차렸다.


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로터리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의 사무실 전경.
이번 부산시장 선거전에서 오 후보는 ‘교체’를, 서 후보는 ‘계속’을 주제로 내걸고 격돌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수막에는 ‘경제가 답이다(오 후보)’, ‘경제는 서병수’란 문구도 적혀 있다. 두 후보 모두 ‘경제’에 방점을 찍고 차별성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이 로터리 도로가엔 이들 두 후보는 물론, 시장·교육감·구청장·시의원 등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흘래카드들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지방 선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지난 31일 제7회 동시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허용되면서 각 정당, 후보들이 진용을 갖추고 대회전의 막을 올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로터리. 5거리인 이 로터리 곳곳엔 빨강, 파랑, 연두색 등 알록달록한 셔츠를 입고 색깔 맞춘 모자를 쓴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율동을 하고 있었다. 때론 허리를 90도로 숙인 인사를 하며 시장, 구청장, 시의원 등 해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연제구민의 선택’, ‘깨끗하고 야무진 일꾼’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들을 붙인 유세차량들도 로고송을 틀며 경쟁했다. .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는 오(69), 서(66) 후보를 비롯, 바른미래당 이성권(49), 정의당 박주미(59·여), 무소속 이종혁(61) 후보 등 5명이 출마했다. 역대 최다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때가 4명, 2∼4회 각 3명, 5∼6회 각 2명이었다. 경쟁률 5 대 1이다. 정의당 박 후보는 최초의 여성후보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지난달 2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시민행정 시정’이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 오 후보는 운동 첫날인 지난 31일 오전 6시쯤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을 찾아 첫 유세를 시작했다. 오 후보 캠프 측은 “오 후보가 지난 23년간 한국당의 적폐로 제2의 도시란 위상마저 잃어버린 부산의 새 아침을 열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아침이 열리는 공동어시장을 첫 유세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또 이날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전원과 함께 ‘평화 선포식’을 가졌다. 이 선포식에는 200여명의 후보들이 참석했다. 평화공원은 UN기념공원 바로 옆이다. 오 캠프 측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열고 오 후보 등 민주당의 후보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경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란 의지를 담은 행사”라고 말했다.


한국당 서 후보는 ,이날 오후 중·서·동·영도·사하구 등 부산의 원도심 지역에서 한국당 다른 출마 후보들과 대규모 집회를 열며 본 선거 레이스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 서 후보 캠프 측은 “해운대 등 동부산은 발전할 만큼 했고 서부산은 서 후보가 시장 재직중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원도심은 아직 낙후된 상태”라며 “부산의 몸통격인 원도심을 제대로 개발, 부산이 동·서부산이란 좌우날개를 달고 세계적 도시로 도약하게 만들 것이란 의지, 약속을 담은 유세”라고 말했다. 서 캠프 측은 “최저임금제,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서민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실익, 실속없는 평화경제로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오 후보 측의 경제 정책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가 지난 달 24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산보육대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양강인 오, 서 후보 측은 예비후보 등록 후 미세먼지·신공항 문제 등에 관한 정책전, 토론회를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는가하면 엘시티 연루·가짜뉴스 유포, 부동산·주식투기 등 의혹을 각각 제기하고 쌍방 고발로 맞서는 등 난타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부산의 젊은 심장’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건 미래당 이성권 후보는 이날 중구 중앙동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첫 유세를 시작, 자갈치시장, 사하구 괴정·하단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 측은 “동서격차를 줄이고 서민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부산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첫날 유세를 원도심과 서부산 지역에서 했다”며 “부산을 바꾸기 위해선 젊고 능력있는 후보가 부산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가 지난달 중순 부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박주미 후보는 ‘내 삶을 바꿀 첫번째 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이날 남구 용호동 엘지메트로시티 앞에서 ‘출근유세’를 한 뒤 용호동, 대연동 못골시장,경성대 앞 등 남구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오후 5시30분 경성대 앞 유세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 지원사격을 했다. 박 후보 측은 “부산은 불평등, 불공정, 불안전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며 “적당한 개혁이 아니라 과감한 개혁으로 노동이 당당한 부산, 숨통 트이는 부산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무소속이 희소식! 6·13 선거혁명의 전국 함성을 만들자’를 슬로건으로 내건 무소속 이종혁 후보는 이날 사무실 부근인 서면로터리에서 첫 유세를 시작, 부산진구 부전시장, 수영구 팔도시장 등전통시장을 돌며 표밭을 일궜다. 이 후보측은 지난 5월23일 무소속으로 예비등록했던 오승철 후보가 이 후보 지지를 표명한 뒤 사퇴하자 “무소속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며 고무돼 있다. 이 후보 측은 “‘강력한 개혁시장’이 돼 시민을 웃게 하는 시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시장 선거판은 오·서 후보의 2강과 이·박·이 후보의 3약 구도로 짜여 있다. 여론조사상 오·서 후보의 지지도는 지난해 12월 말 51.6% 대 20.1%(부산일보), 지난 4월 중순 45.3% 대 26.4%(부산일보·부산MBC), 지난 5월 중순 49.5% 대 23.7%(국제신문), 51.8% 대 20%(한국일보), 56.3% 대 29.1%(이데일리), 5월 말 52.9% 대 20.2%(KBS) 54.1% 대 18.1%(JTBC) 등으로 출렁거렸다.


정의당 박주미 후보가 지난 달 중순 출마선언을 하며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반면 오 후보와 서 후보간 격차가 5.9%(48.1% 대 42.3%, 5월 말 조사, 프라임경제)라는 조사도 있다. 그 격차가 얼마나 되건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오 후보가 앞서고 있고 자유한국당 서 후보가 추격하는 모양새라는 얘기다. 나머지 3약 후보들은 1~3%대를 오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당 계열이 강세였던 부산에서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20~30% 포인트씩 앞서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현상. 역대 대부분의 선거전 여론조사나 선거 결과는 대개 한국당 계열 후보들의 압승이었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때 문정수(민자당)·노무현(민주당) 후보는 51.4%와 37.58%를, 2002년 제3회 때는 안상영(한나라당)·한이헌(새천년민주당) 후보는 63.76%와 19.39%를 각각 득표했다. 이후 보선 포함, 3번의 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득표율 차가 10~41% 포인트에 달했다.

그런데 2014년의 지난 6회 선거 때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50.65%와 49.34% 를 득표, 1.31% 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이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오 후보가 서 후보에 비해 1~10%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온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 선거에선 석패했다. 이어 박근혜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작년 5월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PK지역에서 31.8%와 38.3%를 득표해 역전됐다.

정당지지도도 2016년 4월 새누리당의 PK지역 지지도는 52%로 더불어민주당의 11%에 비해 5배 가까이 앞섰으나 올해 5월 초 민주당 53.5% 대 한국당 21.8%(CBS), 5월 중순 민주당 49.8%와 한국 19.4%(중앙일보) 등으로 민주당이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지역에선 “박 대통령 탄핵 사태 후 일시적 현상일 것”, “부산 등 PK민심이 구조적으로, 근원적으로 바뀐 것”이라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소속 이종혁 후보가 최근 부산의 한 재래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CBS의 지난 5월 말 정당지지도 조사는 민주당 46.7%와 한국당 31.9%로 결론이 나왔다. 지지도 격차가 5월 초에 비해 30% 포인트에서 15% 포인트로 절반 가량줄었다. 이 또한 “한국당 지지층의 반격이 시작됐다”, “우울, 실의에 빠져있던 보수층이 차츰 기운을 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여론 조사의 오차적 한계, 혹은 일시적 출렁임일 것”이라는 해석도 만만찮다.

때문에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오 후보 측은 믿고 싶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고, 서 후보 측은 ‘샤이 보수’의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조사로 엉터리라 말하지만 내심 불안해 한다. 그래서 오 후보 측은 “승기를 잡은 게 대세의 흐름이지만 (과거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방심할 순 없다”며 고삐를 죄고 있고,서 후보 측은 “숨은 보수표가 많아 막판 역전이 가능하다”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지역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선 “누가 시장이 될 것 같냐?”는 얘기가 단골 화제가 되고 있다.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하고 있는 데서 보듯 현 시점에서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딱부러지게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두 후보의 승부 결과를 예측하려면 너무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 지난 선거에서 1승1패를 주고 받았고 해양수산부 장관-국립해양대학 총장 등을 지낸 오 후보나 4선 의원-현직시장 출신의 서 후보나 인물, 경륜이 서로 빠지지 않는다는 게 중론. 거기에 지역 발전 정책 및 공약, 남북-미북 정상회담의 영향, 조선-자동차업 불화에 따라 지역 경제 침체, 최저임금제-소득주도성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

이성권, 박주미, 이종혁 등 3명 후보의 성향과 득표율도 한 변수다. 오-서 후보가 박빙의 레이스를 펼칠 경우 이들 세 후보가 2강 두 후보 중 누구 표를 더 많이 가져 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당 이 후보는 두 쪽 모두, 정의당 박 후보는 오 후보, 무소속 이 후보는 서 후보의 표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역 정계의 분석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 미래당 이 후보가 오 후보, 서 후보 중 어느 쪽의 표를 더 잠식하느냐가 결정적 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변수가 많으니 당선자 예측은 1~2차 방정식 정도가 아니라 고차방정식, 고등수학을 동원해도 어려울 판이다. 그래서 오, 서 후보 둘 중 누가 이길 것이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승리를 위해 단 1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양측의 경쟁은 그만큼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중이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통령선거 등을 거치면서 달라진 정치판도, 정치지형이 일시적인가, 구조적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지역 정가예선 “소위 보수·우파 계열의 궤멸과 분열, 이른바 진보·좌파 계열의 득세와 우위란 큰 구도 안에서 요동치는 선거”라며 “향후 부산 민심이, 크게는 한국 정치지형이 어떻게 갈 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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