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달러짜리 '도깨비 방망이'… 비밀은 연구, 또 연구

입력 2018.06.01 03:00

외인 타자 두 번째로 몸값 싼 호잉… 공격·수비 양면에서 '한화 해결사'

요즘 대전 야구장을 찾는 야구 팬들은 매 경기 네댓 번씩 마법의 주문을 외친다. "호잉! 호잉!"

응원가와 함께 타석에 서는 그 남자는 팬들의 부름에 응답하듯 외야로 타구를 날리고, 전력으로 2루, 혹은 3루를 향해 달린다. 5월 29일 대전 구장에서 만난 제러드 호잉(29·한화)은 "팬들이 이름을 불러주면 에너지가 솟구친다. 매일 행복하게 야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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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선 순박한 인상이지만 전력분석실에서만큼은 냉철하다. 한화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상대 투수·타자 한 명 한 명의 특징 등을 파악해 머릿속에 집어넣은 다음 경기에 임한다. 호잉의 맹활약은 마법 주문 같은 초능력이 아니라 꼼꼼한 연구에서 나온다. /한화 이글스
몸값 70만달러로 넥센의 마이클 초이스(29·60만달러)에 이어 둘째로 값싼 외국인 타자 호잉은 활약으로 보면 KBO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로 손색이 없다. 올 시즌 타율 0.339 14홈런 46타점 8도루의 맹활약으로 '전임자' 윌린 로사리오(29)의 향기를 지운 지 오래다. 공격 이상으로 수비 존재감이 압권이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로 수비 범위가 넓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호잉 3명을 외야에 세운다면 두려울 게 없겠다"고 말할 정도다.

◇1교시: 한국 야구 공부

순박한 인상과 달리 호잉은 팀 내에서도 알아주는 '연구파'다. 홈 경기가 있는 날엔 오후 1시쯤 출근해서 전력 분석실에 틀어박힌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분석지를 읽거나 비디오를 본다. 그는 "투수라면 어느 구종을 어떻게 던지는지, 타자라면 타구를 어디로 주로 보내는지 파악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했다.

제러드 호잉 탐구생활
호잉은 지난 4월 초 KT와 벌인 경기에서 3루에 있다가 피어밴드가 1루에 견제구를 뿌리자 홈 스틸로 득점을 올렸다. 견제 동작을 알고 있어서 뛰었다고 했다. 지난 4월 17일엔 두산전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는 공이 빠르지 않다는 걸 미리 알고 들어가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원래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호잉은 "원정 경기 버스에 타면 3~4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건 역사책"이라고 했다. 전쟁사·야구사·세계사 가리지 않고 읽는다. 호잉은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추신수(36)와 함께 뛰었다. 빅리그 경험이 있지만, 콧대 높은 자존심은 없다. 장종훈 수석코치의 지도로 밀어치기 타격을 익혔고, 이양기 타격 보조 코치와 함께 자료 분석을 한다. 한화 관계자는 "그만큼 성실한 외국인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교시: 한국 문화 공부

수년 전 세상을 뜬 호잉의 할아버지는 6·25 참전 용사였다. 그래서 이달 초 한국을 처음 찾은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역사를 알아야 문화를 알 수 있죠. 저는 한국에서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살고 있어요."

호잉은 스스로를 '컨트리 보이'라고 불렀다. 인구 2500명의 작은 마을인 오하이오주 포트로라미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다. 호잉의 조상인 독일인들이 150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고, 이후 7대째 호잉 가문이 포트로라미에서 어울려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전은 서울이나 부산과 비교하면 정겨운 마을 같은 곳"이라며 "고향 분위기가 나서 더 적응이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원래 취미는 사냥과 낚시였지만, 요새는 두 살배기 딸(칼리 호잉)과 함께 '대전 탐방'에 열을 올린다. "최근 숙소 근처에 괜찮은 미국식 펍을 찾아서 스테이크·바비큐 립 등을 즐겨 먹는다"고 했다.

"한국 음식도 좋은데 아직 김치는 매워서 못 먹겠어요. 천천히 적응해가려고요."

내년쯤엔 호잉이 김치 먹는 영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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