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 칼럼] '허위 사실 유포' 변희재씨 구속이 찜찜한 이유

조선일보
  • 최보식 선임기자
    입력 2018.06.01 03:18

    태블릿PC 의혹은 공적 논쟁의 영역
    어느 쪽이 진실인지 판명 나지 않았다
    '법 동원해 입 막는다' 그런 기분 들게 해…

    최보식 선임기자
    최보식 선임기자
    변희재씨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필자도 그에게 공격받았던 것 같다. 이 직업에 있으면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의 댓글 세례는 일상이 됐다. 심지어 스토커 같은 부류도 있다.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보도로 탄핵 정국을 주도했던 JTBC의 손석희 대표 등에게 변씨는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검찰이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범죄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며 피해자 측에 대한 위해 가능성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

    명예훼손 사건은 벌금형이지 구속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특히 사실관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때는 그렇다. 물론 그가 과도했던 것은 틀림없다. 손석희 대표의 집 앞이나 그 아내가 다니는 성당까지 찾아가 집회를 했다고 한다. 그냥 두면 피해가 계속 반복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구속한 것은 법리(法理)에 맞지 않는다. '범죄 예방' 차원의 인신 구속이란 있을 수 없다. 경찰이 집회 불허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쟁점은 역시 '태블릿PC 조작설'이 허위 사실에 해당되느냐는 것이다. 한동안 공방이 오갔던 게 사실이다. 결국 국과수가 나서 4만여 쪽의 분석보고서를 냈다. 전문용어에다 기술적으로 너무 복잡해 일반 사람은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JTBC는 "국과수도 최순실 것으로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그 뒤로 세간에서 태블릿PC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지난 5월 2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처음 출석했을 때다. 바로 비슷한 시각 최순실 항소심 법정에는 '태블릿PC 포렌식 보고서'를 냈던 국과수 연구관이 증인(證人)으로 출석했다. 2003년부터 같은 업무를 해온 전자공학 박사였다. 하지만 이날 주류 언론은 그의 증언을 보도한 데가 없었다. 이명박의 첫 재판 뉴스에 묻혔던 셈이다. 재탕, 삼탕 되는 태블릿PC에 대해 식상해 놓쳤을 수도 있다. 필자는 속기록을 구해 읽어봤다. 핵심적인 문답을 골라 소개하겠다.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2016년 10월 18일)한 뒤로 대용량 앱을 설치해 작업했는데? "그렇다. 하지만 그 의도는 모르겠다."

    ―멀티 미디어로그 상에서 사진 폴더 하나는 삭제됐다. 단순한 업데이트나 기기 동작으로 사진 폴더가 삭제될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기본 폴더는 삭제되지 않는다."

    ―사진을 선택해 지울 수는 있지만 폴더 자체를 삭제하는 경우는 없다. 왜 그랬다고 보나? "왜 그랬는지에 대한 것은 수사 영역이지 내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다."

    ―국과수 보고서가 나왔을 때 JTBC는 '국과수도 최순실 태블릿이라고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렇게 확정했나? "그런 적이 없다."

    ―최순실 것으로 특정하지 못한 이유는? "그런 감정 의뢰는 없었다. 사용자를 특정할 정보가 있느냐, 단수의 사용자이냐, 다수의 사용자이냐라는 의뢰가 있었다. 그래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자료들을 뽑아줬다. 재판관이 판단할 몫이다."

    ―최순실 것으로 특정할 흔적이나 기록은 없었나? "그런 내용이 있었다면 감정서에 적었을 것이다."

    ―최순실 셀카 사진이 나온 걸로 최순실 것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인가? "앞서 말한 대로다."

    ―태블릿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복원하면 사용자를 알 수 있나? "그럴 수 있다."

    ―왜 안 했느냐? "그건 뭐…."

    ―복구 방법이 없나? "암호화돼 있으면 복구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복구가 되고 있다. 삭제돼도 거의 다 된다."

    ―태블릿PC의 문서 수정 기능은? "없었다(최순실이 태블릿으로 드레스덴 연설문을 첨삭 수정했다는 것은 오보)."

    언론인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그에 걸맞은 검증을 못 했다. 그 진위를 가리지 못한 채 우르르 몰려갔던 게 사실이다. 2년 반 동안 사용이 멈춰 있던 태블릿이 하필 그 시점에 빈 사무실의 고영태 책상 서랍에서 등장하는 것부터 상식적인 의문이 있다. 물론 JTBC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못하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검찰도 최순실 조사 과정에서 태블릿 실물을 보여준 적 없었다. 1심이 다 끝날 때에야 법원에 제출했다.

    태블릿PC 의혹은 공적 논쟁의 영역이다. 어느 쪽이 허위이고 사실인지 판명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 그렇게 믿는다 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변희재씨의 행위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으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부터 '법을 동원해 입을 막는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검찰과 현 정권은 어떤 의미에서 태블릿PC의 이해당사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몹시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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