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안됐는데…오뉴월에 롱패딩이 나왔다, 왜?

입력 2018.06.05 06:00

아웃도어 업계, 판매 시기 앞당겨 선점 효과 노려
소비자는 30%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 살 수 있어
청소년 전용에서 중년까지 확대...올해도 유행 조짐

올겨울 해외 패션쇼에서는 롱패딩을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의 다운점퍼가 포착됐다. R13, 발렌시아가, 몽클레르(왼쪽부터)/각 브랜드
작년 여름 캐나다구스 스타일의 패딩을 사 낭패를 봤다는 직장인 김모(33) 씨는 올 여름 롱패딩을 사려고 벼르고 있다. 그는 “작년 겨울에 너무 추워서 고생했다. 올해는 롱패딩을 꼭 살 계획”이라고 했다.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올해도 롱패딩이 유행할까요?”란 질문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지난해 롱패딩을 장만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이월상품이나 선(先)판매 제품을 싼값에 미리 장만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아웃도어 매장엔 벌써부터 롱패딩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1일 한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47) 씨는 “작년에 아들이 졸라 롱패딩을 사줬는데, 올해는 우리 부부 것도 장만하려 한다”라며, “신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기에 선판매 제품을 보러 왔다”고 했다.

◇ 올해도 뜬다? 오뉴월에 롱패딩 판매가 시작됐다

아웃도어 업계가 롱패딩 판매전에 돌입했다. 밀레는 지난겨울 히트한 보웰 벤치파카를 업그레이드한 신상품 ‘베릴 벤치파카’를 지난달 24일 선보였다. 작년보다 출시 시기를 1주일 이상 앞당기고, 가격도 30만원대에서 19만8000원으로 낮췄다. 한겨울 외투인 다운점퍼를 여름도 안돼 판매하는 이유는 선점 효과를 위해서다. 강선희 밀레 마케팅팀 과장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살피고,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선판매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2~3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롱패딩은 작년 겨울 강추위와 ‘평창 롱패딩’ 효과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아웃도어 업계에서만 다운점퍼가 1000만 장 이상 공급됐고, 이 중 롱패딩이 200만 장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덕분에 2014년 이후 하락세를 겪던 아웃도어 업계도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작년 겨울 길거리엔 검은 롱패딩을 입은 중고생들이 넘쳐났다. 패션업계는 올해도 롱패딩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사진은 롱패딩을 입은 걸그룹 위키미키./폴햄 제공
업계는 올겨울에도 롱패딩의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롱패딩 공급량을 10~20%가량 늘릴 계획이다. 디스커버리는 작년 30만 장에 이어 올해 40만 장의 롱패딩을 생산할 계획이며, 작년 8스타일, 11만 장을 생산한 K2는 올해 19스타일, 25만 장으로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다.

다운점퍼에 들어가는 오리털과 거위털을 가공하는 태평양물산은 의류용 깃털 거래량이 전년보다 늘었고, 가격도 2배가량 올랐다고 밝혔다. 박정욱 태평양물산 상무는 “올해까지 롱패딩과 두툼한 다운 점퍼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깃털을 주문한 업체들이 많았다”고 했다. 아웃도어 업체 한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40~50%를 다운점퍼가 차지하기 때문에, 1년 내내 다운점퍼 판매에 공을 들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롱패딩의 유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롱패딩 트렌드는? 30~40대 겨냥 고급화·다양화

그동안 롱패딩은 ‘중고생의 교복’이라 불릴 만큼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소비층이 30~4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높아지는 만큼 고급화가 관건, 신상품을 선보인 밀레는 롱패딩에 패치워크(여러 가지 색상, 무늬의 작은 천을 서로 꿰매 붙이는 기법) 디자인을 추가하고 색상을 8가지로 늘렸다.

남윤주 블랙야크 마케팅팀장은 “롱패딩은 이제 겨울철 필수 외투로 정착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은 스타일보다 기능성을 중시 여기는데, 롱패딩은 방한복으로 더없이 좋은 제품”이라며, “구매 연령층이 높이지는 만큼 더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K2 관계자는 “작년엔 퀼팅형 롱패딩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야상형, 오버사이즈로 형태와 색상이 다양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밀레가 24일 출시한 베릴 벤치파카./밀레 제공
패션업계의 탈 모피 흐름에 맞춰, 롱패딩에서도 친환경 충전재를 찾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제품에만 적용됐던 RDS(Responsible Down Standard·책임 다운 기준) 다운 제품도 확산되고 있다. RDS 인증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2014년 만든 친환경 다운 인증마크로, 지난해 인기를 끈 ‘평창 롱패딩’도 이 인증을 받았다. 블랙야크는 일부 제품만 사용하던 RDS 다운을 올해 전 제품으로 확대한다.

최근 패션계는 길거리 문화와 젠더리스(Genderless·성별의 구분 없는 차림새) 트렌드의 영향으로 운동화와 다운점퍼, 스웨트셔츠 같은 캐주얼 제품의 수요가 느는 추세다. 해외에선 푸퍼(Puffer·퀼링으로 누빈 다운점퍼)라는 이름으로 큼직한 패딩이 유행했다. 올해 겨울 패션쇼에도 다양한 색상과 질감, 기장의 다운점퍼가 대거 등장했다. 발렌시아가는 사파리 형식의 다운점퍼를 여러 벌 겹쳐 입는 착장을 선보였고, 몽클레르는 고객들의 다양한 개성과 요구에 맞추기 위해 8명의 디자이너와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검은색 롱패딩 일색이었던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다운점퍼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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