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의사와 스마트폰 상담… 원격진료 환자만 1억명

입력 2018.05.30 03:01

[미래산업 전쟁… 한국이 안 보인다]

중국, 지난해 AI도 의료기기로 인정해 일선 병원들 적극 활용
AI가 하루 1만명 X선 영상 분석… 폐암 진단 속도 확 앞당겨
美구글은 인도서 '사진으로 당뇨성 실명 진단' 기술 상용화

중국 베이징의 인민해방군병원은 지난달부터 폐암 진단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베이징의 인공지능(AI) 기업 피어닥(PereDoc)이 개발한 AI 진단 프로그램이 모든 폐 질환 환자의 X선 영상을 1차로 진단하기 때문이다. 피어닥은 하루 1만명이 넘는 환자를 진단하면서 의사 수백 명의 역할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의료 후진국이었던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 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5명으로 미국의 2.5명, 우리나라 2.3명보다 훨씬 적다. 대도시의 종합병원 앞에 환자들이 천막을 치고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흔하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의료 현장을 AI 등 첨단 의료 기술의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장)로 만들고 있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실장은 "중국은 첨단 AI를 현장에 곧바로 투입해 적용하면서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방대한 의료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 AI 의료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 앞길 열어준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보고에서 "인터넷·빅데이터·AI와 실물경제의 깊은 융합"을 강조했다. 그 직후 중국 과학기술부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과 함께 음성인식 기술 기업인 아이플라이텍을 '중국 AI 국가대표 기업'으로 선정, 발표했다. 텐센트는 의료,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알리바바는 스마트 시티,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 번역의 중국 국가대표라고 선포한 것이다. 정부가 이 4개 기업을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식품의약국은 지난해부터 AI 진단 소프트웨어를 의료기기로 허가했다. 이후 수많은 병원이 AI 진단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의료 영상 분석 AI인 '미잉'은 이미 중국 100여 개 병원에 보급됐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2020년까지 질병 95%를 오진율 1% 이내로 진단할 수 있는 AI를 완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중국 AI 의료 분야에는 투자가 넘쳐 난다. 지난해 8월 한 달에만 중국 의료 AI 분야에 27억달러(약 2조9092억원)가 투자됐다. 시장 분석 업체인 미국 베른슈타인은 2020년까지 중국 의료 기술 산업이 1500억달러(약 161조625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정복 나선 실리콘밸리 기업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수년간 쌓아온 AI 기술력을 무기로 세계 의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마운틴뷰의 구글 캠퍼스 '빌딩 41'의 2층 사무실에 들어서니 연구원 수십 명이 책상 위에 모니터 2∼3개씩을 올려두고 사람의 망막 사진을 AI로 분석하고 있었다. 이들은 구글의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인 '구글 브레인'에서 의료용 AI를 개발하는 팀이다. 구글은 AI에 수십만 장의 망막 사진과 환자의 나이·성별·질병 유무 같은 데이터를 학습시켜 사진 한 장으로 환자의 실명 위험 여부를 곧바로 판단하는 능력을 확보했다.

중국 AI의사의 채팅 문진표
구글은 이곳에서 개발한 AI 진단 소프트웨어를 작년부터 인도 첸나이의 산카라 네스날라야 병원과 마두라이의 아라빈드 안과 병원에 제공해 당뇨성 실명 진단에 쓰고 있다. 릴리 펑 구글 AI 헬스케어 개발 총괄은 "의료 분야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개발도상국의 의사 숫자는 부족해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이 AI"라고 말했다. 펑 총괄은 "심장병과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AI도 곧 상용화하겠다"고 말했다.

AI 의료 시대에는 국경의 의미가 없다. 인터넷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폐암 환자가 베이징의 AI 의사로부터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동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연구소장은 "현재 AI 의료 시장은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국의 정부와 기업 연합군이 빠르게 뒤쫓는 형국"이라며 "더 이상 뒤처지기 전에 우리도 새로운 AI 의료 육성책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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