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밀려난 마르크시스트들 '자본주의' 홍콩서 공산당 비판 시위

입력 2018.05.30 03:01

문화대혁명집회 막자 홍콩 이동, '개인자유·소득불평등 해소' 주장
마르크스주의 주창하기 위해 사회주의國 떠나는 아이러니

지난 25일 홍콩 주룽 지역 한복판에 시위대 100여 명이 등장했다. 이들은 손에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와 '오직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이 집회는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 52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홍콩 주민이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극좌파다. 이들은 "마오쩌둥 사상을 잊지 말자"고 외쳤다. 이들의 거리 행진을 보호하기 위해 홍콩 경찰이 에워싸 도열했다.

이들이 홍콩에서 집회를 하는 건 중국 본토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을 '격동기'로 규정하며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마오쩌둥주의자를 비롯한 중국 내 극좌파는 중국 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와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경제를 추구한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은 극심한 빈부 격차를 낳았을 뿐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와도 상반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25일 홍콩 주룽 지역에서 열린 ‘문화대혁명 52주년 기념집회’에 참가한 중국 본토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팻말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만세’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지난 25일 홍콩 주룽 지역에서 열린 ‘문화대혁명 52주년 기념집회’에 참가한 중국 본토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팻말에는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만세’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웨이보

집회를 보도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페미니즘, 소득 불평등 해소 등을 주장하는 새로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중국 공산당과 다르게 개인의 권리·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고, 빈부 격차 해소, 저소득 노동자 보호 등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마르크스주의를 이용하는 방법은 결이 다르다. 이달 초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마르크스주의로 중국이 인류 사상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마르크스주의의 지혜를 흡수해 계속해서 중국만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마르크스주의를 중국 특색으로 소화해 발전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와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은 계급투쟁과 사유재산권 종식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달 초에 열린 마르크스 탄생 기념 대회에서 이런 핵심적 내용을 연설에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경찰의 보호 아래 문화대혁명 기념 집회를 여는 건 중국 본토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주창하기 위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떠나 자본주의를 채택한 홍콩을 택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말한 것이다.

SCMP는 "1960~1970년대 중국을 그리워하는 최후의 마오쩌둥주의자들이 자본주의의 도시 홍콩을 피난처로 택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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