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한 발 장애 딛고 꽃피운 맑은 예술

입력 2018.05.30 03:01

서울 광림교회 '사랑부' 화가들… 경인미술관서 '한 사람 한 사람'展

"사랑부 형제·자매를 보면 하나님은 우리 각각에게 특별한 달란트를 주셨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발달 장애인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살지만 미술, 음악에서 보여주는 재능은 탁월합니다. 그런 '귀한 그림'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동 광림교회에서 만난 김정석 담임목사는 30일~6월 5일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한 사람 한 사람'전을 이렇게 자랑했다. 이 전시는 광림교회 장애인 부서인 '사랑부'에 속한 발달 장애인들이 그동안 정성껏 준비한 작품 솜씨를 뽐내는 잔치다. 출품 작가는 22명, 전시 작품은 39점. 1981년생에서 2009년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들은 평소 광림주간보호센터, 광림이레센터, 예수와주간보호센터 등에서 생활하는 이들. 평소 낮 시간에 교회에서 미술, 음악, 심리치료 등을 받고 매주 토요일 2시간 정도씩 그림을 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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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미술관에 모인 서울 광림교회‘사랑부’장애인 화가들. 가운데 작품은 홍우선의‘봄’. /김지호 기자
이 교회가 '사랑부'를 만든 것은 1991년. 국내 감리교 교회 가운데는 처음이었다. 당시 교인 가정을 방문해 보면 '몰랐던 자녀'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발달 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외출하지 못해서 가까운 이들조차 존재를 잘 몰랐던 것. 시작은 예배였다. 별도 예배실을 만들었다. 교회 나들이가 잦아지면서 성탄예배에서 찬송도 부르고 주말엔 야구 경기도 관람했다. 2005년엔 교인뿐 아니라 지역의 만 19세 이상 장애인까지 보호하는 광림주간보호센터가 개원했다.

전시는 2003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엔 교회 내 공간에서 시작해 2010년 처음으로 인사동에 '진출'했고, 2011년과 2015년에도 경인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큐레이터 이인혜씨는 "처음 보곤 '초등학생 그림 같다'고들 하시지만 자세히 보면 다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는 화가"라고 말했다. 이헌준(25)씨는 고양이를 좋아하고, 홍우선(31)·박진우(26)씨는 꽃을 좋아한다. 홍태혁(36)씨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처럼 점묘(點描) 기법으로 그리고, 정윤서(24)씨는 피카소의 입체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내놓는다. 대관료(貸館料) 등 전시 준비는 모두 교회가 맡아주고, 판매 수익은 모두 작가에게 지급한다.

광림교회는 이들이 그림을 통해 자활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이번 전시회엔 평면 회화 외에도 에코백 100개도 선보인다. 일반적인 에코백이 한 장의 원화(原畵)를 여러 번 프린트한 작품이 많다면 이들의 에코백은 하나하나 직접 가방에 그림을 그린 '오리지널'이다.

김정석 담임목사는 "앞으로도 가출 청소년, 미혼모와 자녀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섬기는 데 교회가 더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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