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 사과문 낭독 지시는 인격권 침해"

입력 2018.05.29 16:52

광주인권사무소, 진정사건 사례 공개
지난해 이후 1200여건 접수·조사 중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게 사과문을 쓰게 한 뒤, 교실에서 낭독하도록 한 처벌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광주광역시 한 학교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학급으로 데려가 사과문을 낭독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피해 학생과 분리돼 별도 수업을 받으며 이미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가해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스스로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밝히도록 하는 것은 상당한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인권위는 “사과문 낭독 조치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와 반성을 유도하는 교육적 목적이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가해 학생에 대해 낙인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이와 함께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수영장이 장애인을 위한 수영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탈의실과 샤워보조기구 등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는 진정에 대해 재발방지를 위한 관리감독과 인권교육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사무소는 또 ▲소방교육 도중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학생들에게 팔벌려 높이뛰기 등 단체 얼차려를 지시한 사례, ▲학교 측과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교수의 지문인식 정보를 삭제해 교수 연구동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진정, ▲토익 성적 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에게 방학 중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신청하지 않으면 벌점을 부여하는 행위 등 지난해부터 광주와 전남·북, 제주 지역에서 처리한 주요 인권 진정사례를 공개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지난 해부터 올 4월까지 자치단체와 각급 학교, 공직 유관단체, 구금시설, 다수인보호시설 등에서 모두 1204건의 진정사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광주인권사무소는 12년동안 진정사건 7000건, 상담 2만4000건, 민원안내 3만2000건을 처리했으며, 10만명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낙영 광주인권사무소장은 “인권 문제는 국가공권력 행사과정 뿐 아니라 가정·직장은 물론 사소한 모임 등 일상 생활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자치단체와 지역 인권기구들과의 협력, 이주민·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인권 개선, 5·18 관련 여성피해자들의 인권 보호, 각계각층 시민들을 위한 인권교육 등에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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