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노래하는 보이 밴드, 미국을 정복했다"

조선일보
  • 윤수정 기자
    입력 2018.05.29 03:01

    [오늘의 세상] 방탄소년단 정규 3집 '러브…' 한국가수 첫 빌보드 앨범 1위

    "빌보드 1위가 꿈" 나흘 뒤 꿈이뤄
    외국어 앨범으론 12년만에 정상, 발매 첫 주에 13만장 넘게 팔려
    文대통령 "감동 줘서 고맙다" 축전… 팝스타들 "같이 일하자, 연락달라"
    전문가 "칼군무·라이브 통했다"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핫샷데뷔(Hot Shot Debut)'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 티어'가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오를 예정이라고 27일(현지 시각) 빌보드지가 밝혔다. '핫샷데뷔'란 새 앨범을 빌보드 차트에 1위로 진입시키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도 팬덤과 네트워크가 강력한 대형 음반사 소속 가수들만 가능한 기록이다. 빌보드 차트는 매주 화요일 발표된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이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빌보드 핫 100과 빌보드 200 1위, 그래미 시상식 참석, 스타디움 투어도 하고 싶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 중 하나가 나흘 만에 이뤄졌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는 축제 분위기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전 세계 모든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에게 큰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전을 보내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나눠주어 고맙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로 2년 연속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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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하는 게 뭐니 방탄소년단이 지난 20일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신곡 ‘페이크 러브’를 공연하는 모습. 이들은 이날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2년 연속 수상자로 뽑힌 데 이어, 27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AP연합뉴스

    빌보드 200은 매주 미국 내 앨범 판매량 위주로 매기는 순위다. 방탄소년단 새 앨범은 발매 첫 주 13만5000장이 팔렸다. 이 중 10만장이 CD로 판매됐다. 한 국내 대형 음반 유통사 관계자는 "빌보드 차트는 음반점 판매량과 스트리밍 재생 수를 꼼꼼히 반영한다"면서 "국내처럼 재생 횟수를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음반 사재기로는 어려운 기록"이라고 말했다. 미국 음악 잡지 롤링스톤은 이 음반 리뷰에서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는 싱글(개별 노래) 차트 40위 이내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쌓아온 실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빌보드 200에 진입한 건 2015년 음반 '화양연화 파트2'가 171위에 오르면서다. 이후 2016년 5월 '화양연화 영 포에버'(107위), 같은 해 10월 '윙스'(26위), 지난해 3월 '유 네버 워크 얼론'(61위)으로 차츰 순위를 높여갔다. 이어 지난해 10월 앨범 '러브 유어셀프:허'는 7위까지 올라 국내 가수 중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0위 내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5장의 앨범이 빌보드 200에 연속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번 신보는 유독 반응이 뜨거웠다. 발매 직후 영국 앨범 차트 8위에 올랐고,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억 회 넘게 시청됐다. 앨범 발매 후 첫 무대는 빌보드 시상식이었고, 미국 NBC 토크쇼 '엘런 드제너러스쇼'에 작년에 이어 다시 초청받았다. 미국 음악 매체 '스핀'은 "이날 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방탄소년단 팬들의 괴성과 아우성이었다"며 "편집 때 잘려나간 부분도 대부분 여자 팬들이 소리지르는 장면이었다"고 보도했다.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방탄소년단 앨범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건 의미심장한 일"이라며 "비영어권 가수의 미국 진입 장벽이 깨지는 전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어로 부르지 않은 앨범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건 2006년 팝그룹 일 디보의 '앙코라'이후 방탄소년단이 1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팬 눈높이를 얼마나 잘 맞춰가느냐가 이들이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씨는 "칼군무에 라이브까지 소화하는 방탄소년단이 보이그룹 계보가 희미해진 미국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로 외국 팬들의 취향을 파악해 앨범과 공연에서 반영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시상식에서 한국어 가사 '니가'를 '여기'로 고쳐 불렀다. 흑인을 비하하는 '니가(nigga)'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승승장구는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앨범 차트는 쉽게 1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롤링스톤은 27일 "방탄소년단의 역사적인 빌보드 정복은 1주일 만에 끝날 것"이라며 "다음 주엔 션 멘데스(캐나다 팝스타)가 '핫샷데뷔'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빌보드 차트

    빌보드 차트는 장르별로 30여 가지가 있으나 장르 불문 노래 순위인 ‘빌보드 핫 100’과 앨범 순위 ‘빌보드 200’이 양대 차트다. 각각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로도 불린다. 방탄소년단이 1위에 오른 차트는 ‘빌보드 200’이다. 판매량 위주로 셈하는 것은 두 차트가 비슷하지만, ‘핫 100’에는 방송 횟수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두 차트 가운데 ‘핫 100’의 권위가 더 커서, 흔히 ‘빌보드 차트’라고 하면 ‘핫 100’을 뜻한다. 이 차트 40위 이내에 들면 ‘톱 40’라고 부르는데, “톱 40에 한 곡만 올려도 3대가 (저작권료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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