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김정은은 변할 수 없고 변하지도 않는다

조선일보
  • 리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
    입력 2018.05.28 03:12

    先代도 개혁·개방 고민하다 '수령 유일 체제'로 되돌아가
    北의 관심사는 오로지 체제 유지… 사상 개방·實事求是 결코 못 해

    리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
    리소테츠 일본 류코쿠대 교수
    지난 7일 김정은이 중국 다롄의 방추이섬을 찾았다. 그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로 호텔 안 한 장의 사진 앞에 멈춰 서 있는 장면이 조선중앙TV에 비쳤다. 덩샤오핑이 중간에 있고 오른편에 후야오방 당총서기, 왼편에 김일성 주석이 앉아 있다. 이 사진은 1983년 9월에 찍은 걸로 돼 있다.

    이때는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개혁 개방을 막 시작했으나 보수 세력의 강한 저항을 받은 덩샤오핑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으로 나가주면 큰 힘이 되리라고 판단, 김일성을 설득하기 위해 방중을 요청한다.

    김일성이 베이징에 도착한 이튿날, 덩샤오핑은 부유해진 자신의 고향 쓰촨성을 자랑해 보이려고 김일성과 함께 청두(쓰촨성의 수도) 방문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30시간 동안 열차 안에서 얘기했다. 중국 문헌에 기재된 그때 나눈 얘기의 일부는 이렇다.

    "이제 우리는 '마오쩌둥 주석의 말이라면 무엇이나 그대로 따른다'는 원칙을 버리고 모든 일은 실사구시, 즉 실제 정황에 비추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개혁 개방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사상을 개방하는 것'이었습니다."(덩샤오핑)

    "조직 비서(김정일)를 해마다 중국에 보내 개혁 개방의 방법을 배우라고 하겠습니다."(김일성)

    김일성의 약속대로 이듬해 중국을 찾은 김정일은 6월 2일부터 12일까지 난징·상하이를 둘러보고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장시간 좌담도 했다. 그런데 귀국한 김정일은 6월 15일 열린 당중앙 제6기 7차 회의에서 "중국이 사회주의를 버리고 수정주의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를 보고받은 덩샤오핑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黃嘴郞) 중조(中朝) 관계를 말아먹겠구나"라며 진의 파악을 위해 김일성을 불렀다.

    김일성은 1983년 8월 19일 방추이섬에서 해수욕을 즐기던 덩샤오핑을 찾았고 한 달 후인 9월에는 김정일과 함께 왔다.

    그런데 그 후 북한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개혁 개방이 '수령 유일체제' 유지에 해(害)가 된다고 판단한 게 원인일 것이다.

    지금 세계인들의 관심은 김정은이 정말 변했는가이다. 올해 초만 해도 핵 단추를 갖고 세계를 위협하던 김정은이 솔직하고 거침없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35년 전 북의 개혁 개방을 가로막은 '수령 유일체제'란 쉽게 말해 김씨 일가(一家)를 위한 체제이다. 인민은 수령 일가를 위해 존재할 따름이고 수령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해야 하는 체제이다.

    김정은의 가장 큰 관심 역시 할아버지·아버지처럼 비핵화나 개혁 개방보다는 체제 유지이다. 그는 주민이 고기를 먹고 흰쌀밥을 배불리 먹으면 오히려 체제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김정은이 변했는가 묻는다면 나는 '절대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가 어떤 성향의 지도자이건 상관없이 체제 안전, 즉 '수령 유일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핵을 버리면 좋을지 쥐고 있으면 좋을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개혁하면 좋을지 문 닫아걸고 돈만 받아 쓰는 편이 나을지를 결정하는 기준도 체제 유지에 어느 쪽이 도움되느냐가 절대적이다.

    그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솔직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한 것은 자신을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다른 지도자라고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진짜 변하려면, 덩샤오핑이 말했듯이 먼저 '사상을 개방'해야 한다. 사상 개방이란 선대의 교시라도 일부는 부정할 수 있는 사고방식,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해야 하는데 김정은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를 하려면 선대 때부터 해온 거짓말을 시인하고 선대 지도자의 교시를 부정해야 하는데, 이는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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