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자극하는 토론·놀이 통해 수학 재미 느끼게 해

입력 2018.05.28 03:00

이스라엘 영재교육 전문가에게 듣는 '수학 교육법'
다양한 접근으로 문제해결력 향상 시각 자료 활용, 학습 몰입도 높여
독서, 문제 속 개념 파악에 도움

"이스라엘에는 문제 풀이로만 진행되는 수업이 없어요. 놀이, 게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죠.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토론, 시각적 교재를 통해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수업에서는 'I-See-Math'처럼 수학적 감각과 직관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갈리 신모니)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수학·과학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수학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면서 학부모 관심이 더욱 높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과 반대로 초·중·고교에서는 수학 공부에 흥미를 잃는 학생이 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수학에 질리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 지난 14일(월)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는 이러한 학부모의 고민을 덜어줄 강연회가 열렸다. 이스라엘 영재교육기관 ICEE의 수학 파트장인 갈리 신모니(Gali Shimoni)씨와 수석 연구원 즈비 샬렘(Zvi Shalem)씨가 올바른 수학 교육법을 전하는 자리였다. 와이즈만 영재교육의 초청으로 내한한 이들은 우리나라 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수학 개념과 원리를 가르치는 이스라엘의 수학 교육법을 소개했다.

갈리 신모니(왼쪽)씨와 즈비 샬렘씨는 “질문으로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놀이·게임 같은 재미있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리 신모니(왼쪽)씨와 즈비 샬렘씨는 “질문으로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놀이·게임 같은 재미있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기자
◇"문제 틀리는 것, 부끄러운 일 아냐"

지금은 이스라엘 학생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평가받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듯, 과거 이스라엘에도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았다. 신모니씨는 "특히 분수와 기하학이 나오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이스라엘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 풀이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교재를 만들고 커리큘럼을 새로 구성했다. 특히 시각적 자료와 토론 등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신모니씨는 "수학뿐 아니라 모든 과목 학습은 내적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재미를 느껴야 어려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념이 추상적이기 때문이에요. 시각적 방법으로 수학을 학습하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죠. 이야기·게임을 활용하거나 발표·토론을 통해 스스로 해결 과정을 제시하게 하는 것도 학생들이 수학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이때 중요한 것은 교사의 태도입니다. '정답을 맞혔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문제에 접근했느냐'를 보고, 그 과정에 대해 칭찬해야 하죠."

특히 이스라엘은 수학 수업에서 토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샬렘씨는 "학생들은 친구·교사와의 토론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풀이 방법을 배우며 흥미를 갖게 된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문제해결력과 창의성이 향상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정답을 맞히지 못했더라도 서로 비난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풀이법을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문제 접근법을 배웁니다. 이때 학생이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틀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교사가 이끌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시각적 자료, 추상적 개념 이해 도와

신모니씨는 이스라엘 공교육에서 널리 쓰이는 수학 교육 프로그램 'I-See-Math' 개발자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싱가포르 등에도 도입됐으며, 국내에서는 와이즈만 영재교육이 독점 제공하고 있다. '눈으로 보는 수학'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학생들에게 그림·그래프 등의 시각적 자료를 제공해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신모니씨는 "시각적으로 수학 개념과 원리의 구조를 발견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학습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 피아제(Piaget)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일상적 소재나 교구를 이용한 구체적인 조작 활동을 통해 배울 때 수학 개념과 원리를 더 효과적으로 이해합니다. '분수'를 예로 들면, 'I-See-Math' 프로그램은 분수의 개념을 설명하고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델을 통해 분수를 이해하게 해요. '피자 2판을 아이 3명이 똑같이 나눠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을 그림(시각적 자료)으로 보여주고, 생각하게 하는 식이죠."

또한 'I-See-Math'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자유로운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샬렘씨는 "학생들은 친구 2~3명과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며 "토론 시 자신의 문제 접근법과 풀이법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면서 사고력과 응용력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수업하므로 학생들은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까지 갖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풀이법을 남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관련 개념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등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또 수학 학습에서 중요한 요소로 '독서'를 꼽았다. 독서를 통해 수의 원리나 수학의 역사 등을 이해하면, 문제 속에 숨은 개념과 원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샬렘씨는 "저 역시 독서를 통해 수학이 과학, 문화, 예술 등의 다른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학에 더 깊은 호기심과 애정을 갖게 됐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신모니씨는 "수학 교육에서는 교사가 어떻게 학생을 이끌어 주는가가 정말 중요하다"며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학생의 문제 해결 과정에 관심 가지며 놀이·게임 같은 재미있고 시각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교사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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