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흑인 여성이 아이를 안고 수족관 속 상어를 보는 MI6 구인 광고의 한 장면. 물속에서 상어와 맞서 싸우는 근육질 첩보원이 아닌 수족관을 응시해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평범한 사람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날렵한 슈트에 단정하게 넘긴 머리 스타일. 영국 첩보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영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나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정작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새 요원들을 모집하며 '제임스 본드 지우기'에 나섰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대신 MI6은 '흑인·여성·어머니'를 구인 광고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알렉스 영거 MI6 국장은 24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MI6 설립 109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된 TV 공채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광고의 메시지는 'MI6 요원에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30초 분량의 영상은 위협적으로 헤엄치는 상어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가 아쿠아리움에서 아이를 안고 수족관의 상어를 바라보는 흑인 여성을 비춘다. 내레이션은 "우리는 당신 생각처럼 상어 수조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우리는 다른 시선으로 단서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비밀스럽지만 당신과 같다"고 설명한다.

MI6이 광고까지 제작하며 이미지를 바꾸고자 한 것은 소수인종, 여성 등에게 어필해 다양한 구성원을 모집하기 위해서다. '러시아 이중 간첩 독살 기도 사건' 이후 지원자가 대폭 늘었을 정도로 MI6 요원은 영국에서 여전히 선망받는 직업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백인 남성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영국 정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MI6 간부 중 24%, 일반 직원 중 38%만이 여성이고, 흑인·아시아인 등 소수인종 출신 간부는 한 명도 없었다. 일반 직원 중 소수인종 출신은 7%에 불과했다.

MI6은 채용 규정도 대폭 바꿨다. 현행 규정은 부모가 모두 영국인이어야 채용 가능하지만, 이번 모집부터는 영국 출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민자 자녀도 지원 가능한 것이다. MI6은 오는 2021년까지 직원 80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