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닻 침몰설' 영화 단체관람한 해경

조선일보
  • 안석배 논설위원
    입력 2018.05.26 03:16 | 수정 2018.05.26 04:51

    지난달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힌다는 다큐멘터리다. 나꼼수 멤버 한 명이 제작했다. "철저히 팩트에 의해 사고 원인을 재구성했다"고 했다. 영화 후반부에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가 나직이 말한다. "침몰 원인은 왼쪽 앵커(닻)다!" 세월호 좌현 닻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저면에 걸려 배가 급속하게 기울어 침몰했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가 과거에 주장했던 내용 그대로다.

     ▶이른바 세월호 '닻 침몰설'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는 정해진 항로보다 섬 쪽으로 가까이 운행했는데 배에서 내려진 닻이 얕은 수심을 뚫고 해저면에 걸려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닻을 누가, 왜 내려 배를 일부러 침몰시키나. 영화는 가장 궁금한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는다. 정부가 밝힐 일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개봉 한 달 만에 50만명 이상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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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장이 허위라는 게 그제 드러났다. 공개된 세월호 내부를 보니 닻을 내리는 장치에 밧줄과 쇠줄이 모두 꽁꽁 감겨 있었다. 사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닻 침몰설'은 듣고 어이없어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선 이 엉터리들이 위세를 부린다. '잠수함 충돌설'도 있었다. '닻 침몰설'보다 더 위세를 떨쳤다. 어느 방송사가 특집으로 보도하자 유력 정치인이 '이제 진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이달 초 세월호를 바로 세워놓고 보니 선체 좌우에 아무런 외부 충격이 없었다. 이 비극을 놓고 '괴담 코미디 행진'이 벌어졌다.

     ▶또 다른 세월호 영화 '다이빙 벨 그후'가 지난 24일 개봉됐다. 영화감독은 4년 전 '다이빙 벨'이란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 세월호 구조 당시 다이빙 벨은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아무 쓸모가 없었는데도 그는 이 장비를 투입하지 않아 구조가 안 된 것처럼 음모론을 폈었다. 세상에 어느 정부가 일부러 인명을 구하지 않나. 비정상이 정상 위에 올라타 위세를 부린다.

     ▶어느 사회나 괴담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허위로 드러나면 사과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괴담 주장자가 더 당당하다. '더 조사하자'고 우긴다. 애초에 '사실(事實)'에 관심이 없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들의 주장을 모아 가르친다. 원래 괴담은 은밀히 떠돌아다니는데 한국에선 극장에서 상영되고, 학교에서 당당히 유포된다. 현직 해양경찰청장이 간부들과 '닻 침몰설' 영화를 단체 관람했다고 한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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