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배터리 禁韓令 엇갈린 신호 보낸 이유는

입력 2018.05.24 10:51 | 수정 2018.05.24 11:15

전기차 보조금 대상 확정후 공개 3주 늦춰 이례적...한중 산업장관회의 직전에 발표
LG화학 배터리 탑재 둥펑르노⋅둥펑웨다기아 전기차 보조금 신청 탈락
같은 날 韓 배터리 中 모범 대상으로 지정...금한령 해제 시간 걸릴 것이라는 메시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은 24일 서울에서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장과 2년 2개월만에 한중산업장관회의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 해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조선비즈 DB
중국이 한국 기업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 해제를 놓고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는 지난 22일 올해 4번째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발표했다.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둥펑(東風)르노와 둥펑웨다기아(東風悅達起亞)가 신청한 5종의 전기차 모델이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한국 배터리 금한령 해제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지 완성차업체로 하여금 이를 탑재한 모델을 신청하도록 이끌었지만 결과는 탈락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날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이 공개한 전기차 배터리 우수 업체를 뜻하는 화이트리스트 1차 명단에 오른 16개사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중국 합작법인이 모두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는 보조금 지급과는 직접적인 연계성은 없다. 하지만 “우수기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더욱 강하게 해 배터리산업 발전의 전체 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작성했다”고 협회측은 설명한다. 한국 배터리 업체가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게 금한령 해제 기대감을 갖게 하는 호재로 인식된 배경이다. 중국 당국은 공신부가 해오던 전기차 배터리 모범 업체 지정을 작년 9월 민간에 위탁시키기로 했고, 그 결과가 처음 이번에 나온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한국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과 중국의 보호주의 장벽이라는 복합적인 배경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충돌하는 중국發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 해제 신호...시점 주목

중국 당국은 전기차 배터리 금한령을 놓고 왜 엇갈린 신호를 보낸 걸까. 한국 배터리 업계에 악재와 호재가 함께 날아든 때, 즉 22일이라는 시점에서 이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먀오웨이(苗圩)공신부 부장(장관)이 서울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중산업장관회의를 열기 이틀 전이다. 한중산업장관회의에서 한국 배터리 금한령이 의제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한국측에 충돌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2가지 주목할 사실이 있다. 우선 LG화학 배터리 탑재 전기차 모델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곳은 모두 둥펑자동차의 외자계 합작법인이라는 사실이다. 먀오 부장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둥펑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자동차 전문가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영업한 게 아니라 둥펑자동차이 나서서 LG배터리 탑재 모델로 보조금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LG배터리 탑재 둥펑 전기차 모델의 보조금 승인 여부를 금한령 해제를 가늠하는 잣대로 보는 분위기였다.

두번째로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대상 명단 작성 시점과 발표 시점 차이가 18일로 3주 가까이 된다. 역대 최장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난징(南京)과 시안(西安)에서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가동한 이후인 2016년 12월부터 18차례의 전기차 보조금 대상 발표시점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부분 당일 작성, 발표가 이뤄졌다. 차이가 있어도 길어야 사흘이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시점을 늦춘 것이다. 매달 한번꼴로 신청을 받기 때문에 다음 신청 대상이 발표되기 전에 보조금 확정 대상을 발표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 같은 관행이 깨졌다. 4월 신청에 대한 보조금 승인여부가 5월 4일 확정됐는데도 5월 신청 대상 발표 시점(5월17일)을 넘어 22일 발표된 것이다.

중국 당국이 당초 LG배터리 탑재 모델 보조금 승인을 했다가 윗선의 지시로 번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2016년 12월 중국 당국은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 탑재 전기차 5개 모델을 보조금 대상에 올린 지 반나절만에 이를 철회하고 새 명단을 올린 적이 있다.

중국발(發) 엇갈린 신호는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주되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중국은 여전히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드 문제 해결의 진전을 봐가며 사드보복도 해제한다는 방침을 가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달 9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적절하게 다뤄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방 얘기 하면서 문 닫는 중국..실적질주 토종 기업 30일 상장 대박 예고

“자동차 업체들이 사드 배치 이후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를 파는 게 중국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승용차는 정부 차원의 사드 보복은 없었다"

작년 12월 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한 백운규 장관이 베이징에서 만난 먀오웨이 부장에게 “ 배터리는 소탐대실이다. 우리가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투자 기업들이 어려운 점이 많다"며 문제 해결을 촉구한 데 대한 먀오 부장의 답변이다.

지난 3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열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제 2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노영민 주중한국대사가 정식 외교라인을 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 당했는데도 현지에 배석한 먀오 부장과 즉석 만남을 갖고 한국 배터리 탑재 전기차 보조금 문제 해결을 약속했는데 왜 실행이 늦춰지냐고 다그치자 들은 답변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중국 업체가 스스로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에 대해 당국이 보조금 대상 지정을 거부하면서 이같은 해명도 설득력을 갖기 힘들게 됐다.

지난해 BYD를 제치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에 오른 CATL의 질주는 자체 기술력 향상 덕도 있지만 중국에서 LG화학과 삼성SDI 발을 묶는 보호장벽 덕도 봤다는 지적을 받는다. CATL은 올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397.3㎿h로 전세계 순위에서도 LG화학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닛산이 중국에 매각한 AESC가 4위, 삼성SDI가 5위에 그쳤다.

2011년 설립된 CATL은 오는 30일 중국판 코스닥인 창업판에 상장한다. 중국 언론들이 주가수익비율(PER) 3배를 기준으로 추정한 시총은 1200억위안(약 20조 4000억원)으로 상장하자마자 창업판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도 2015년 57억위안(약 9690억원)에서 지난해 199억위안(약 3조 3830억원)으로 2년새 250% 증가했다.

지난 2월 방중한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중경제장관회의에서, 지난 4월 베이징을 찾은 조현 외교부 차관도 2년만에 열린 한중경제공동위원회에서 배터리 금한령 문제를 거론할만큼 우리 관료들은 지속적으로 배터리 금한령 해제를 요구해왔다. 작년까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팔린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 개방의 문은 영원히 닫히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개방옹호론을 반복한다. 하지만 배터리 금한령은 “중국 시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꿔야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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