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사물극장] [47] 메릴린 먼로의 '스웨터'

조선일보
  •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입력 2018.05.24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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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릴린 먼로(1926~1962), 여배우의 아이콘이지만 또 그녀만큼 끔찍한 운명에 사로잡힌 이를 찾기도 힘들다. 고아원과 열 군데도 넘는 위탁 가정을 전전하고, 여러 번 결혼하고 애인은 더 많았다. 그 사이 스무 번이나 낙태를 했다.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에 이어 작가인 아서 밀러와 결혼했지만 다 실패로 끝났다. 나중엔 술과 수면제로 불안과 망상을 잠재우고,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모계 병력(病歷)인 '경계성 망상형 정신 분열증'에 붙잡혀 허우적거리다가 36세에 죽음을 맞았다.

    소녀 노마 진(먼로의 본명)은 고아원에서 주는 낡은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었다. 어느 날 블라우스를 꿰매다 학교에 늦자 다른 여자아이의 스웨터를 빌려 입고 학교에 갔다. 수학 시간이었는데, 모두 노마를 쳐다봤다. 12세 소녀의 몸에 꽉 끼는 스웨터 속 젖가슴이 성인 여자만큼 솟아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남자애들이 '입에 장미를 문 뱀파이어'를 따라다니듯 노마의 주변을 에워쌌다.

    자기 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아챈 노마는 불과 16세에 결혼해 동물원 같은 고아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무료함에 지쳐 거리에 나가 행인을 구경하거나 어린애들과 놀았다. 1944년 멜빵 바지를 입고 낙하산 제조 공장에서 일하다가 결국 이혼했다. 할리우드로 이사 와서 광고 사진 모델로 나서 생활비를 벌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 수업을 받았다. 돈이 없어 늘 허기진 채로 잠들었다.

    '모든 영화배우는 영화라는 천국의 현관에 앉아 있는 천재들'이라고 여겼다. 50달러를 받고 누드모델을 하던 먼로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뜨거운 것이 좋아' 같은 영화를 찍으며 영화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대중은 그를 여신의 아름다움과 새의 두뇌를 가진 '멍청한' 배우로 여겼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먼로는 제 '지적 능력'을 감췄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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