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를 세상에 퍼뜨린 예술가… 그의 삶은 외로웠다

입력 2018.05.23 15:02

세상에 'LOVE'(사랑)을 퍼뜨린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89)가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 인디애나의 변호사는 그가 미국 메인주 바이널헤이븐섬에 있는 자택에서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인디애나의 대표작 'LOVE' 조각상은 'VE' 위에 'LO'가 얹어진 형태로 'O'자가 45도 가량 기울어졌다. 강렬하고 직관적인 메시지와 역동적인 구조 때문에 뉴욕부터 도쿄까지,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히브리어(AHAVA), 스페인어(AMOR) 등 다양한 언어로도 만들어졌다. 서울 명동 대신증권 사옥 앞에서도 볼 수 있다.

사랑으로 충만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인디애나 인생은 그렇지 못했다. 1928년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태어나자마자 입양이 됐다. 양부모는 그가 8세 때 이혼을 했고, 한 곳에서 1년 이상 못 사는 어머니 때문에 인디애나는 "17세까지 21번 이사를 했다"고 했다. 애정 결핍에 불안정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그의 그림 재능을 알아본 학교 선생 덕분에 미술에 관심을 가졌고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 교육을 받았다.

로버트 인디애나/AP연합뉴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공군으로 복무했다. 1954년 뉴욕으로 건너간 뒤 앤디 워홀이나 싸이 톰블리, 아그네스 마틴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61년대 뉴욕현대미술관(MOMA) 그룹전에 나온 작품을 미술관이 소장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4년 세계박람회 때 건물 외벽에 전구로 이뤄지 'EAT' 작품을 만들었고, 워홀의 영화 'EAT'에 출연했다. 개인적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던 인디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내게 '밥은 먹었니?'라고 물어본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LOVE'는 MOMA가 의뢰한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처음 선보였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본 'God is Love'(신은 사랑이다)라는 문구에서 '사랑'만 따왔다. O자를 얌전하게 세웠더니 어쩐지 재미가 없어서 살짝 기울였다. 이 작품을 그릴 때 그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동성 연인이자 유명 추상화가인 엘즈워스 켈리와 막 헤어졌다. 이 작품에 빨강과 파랑, 초록색이 쓰인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켈리의 1963년 작품 '레드 블루 그린'에 대한 오마주였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 /AP연합뉴스
인디애나의 카드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때마침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불어닥친 반전운동의 구호 '사랑을 하자, 전쟁이 아닌(Make Love, Not War)'와 맞아떨어지면서 '러브 세대(Love Generation)'의 상징이 됐다. 1973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미국 우체국에선 'LOVE'가 그려진 80센트짜리 우표를 내놨고, 지금까지도 명절 때 가장 인기가 많은 우표다. 그의 'LOVE' 중 가장 비싼 것은 2011년 경매에서 411만4500달러에 낙찰된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랑' 때문에 인디애나는 외로웠다. 그의 작품은 옷이나 장식품에 무차별하게 도용됐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저작권이나 상표권을 갖고 있지 못했다. '오아시스'나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 같은 유명 밴드는 'LOVE'를 패러디한 앨범 재킷도 만들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디애나가 죽기 하루 전날까지 그의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있었다. 그는 1978년 "'LOVE'의 성공 때문에 명성을 망쳤다"며 뉴욕미술계를 떠나 미국 최북단에 있는 메인주의 바이널헤이븐섬에 들어가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오바마가 외친 구호 'HOPE'로 작품을 만들어 기증한 것 말고는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2013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로버트 인디애나:사랑 그 이상'이란 회고전을 열기 전까지 그는 '무수한 자기 복제를 한 작가'나 '히트작 하나 있는 작가' 그리고 '상업작가'라는 비난을 받았다. 회고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꿈이 이루어졌다. 약간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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