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플라스틱, 참치·조개가 먹고 내가 다시 먹는다

입력 2018.05.23 03:01

[환경이 생명입니다] [1부-4·끝] 플라스틱의 반격

한 해 500만t 이상 바다에 버려져… 어패류 등 섭취 통해 인체로 유입
경기·인천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1㎡당 농도 세계서 둘째로 높아
소화기관 통해 몸밖 배출되지만 중금속 등 흡착땐 악영향 줄 수도

'플라스틱 먹이사슬'의 끝에 인간이 있다. 세상에 등장한 지 150년 만에 일상생활을 점령하더니, 이제 몸속까지 들어와 우리를 위협하는 게 플라스틱이다. 유엔환경계획이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에만 최소 480만t에서 최대 127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 이 플라스틱들은 해류와 태양 자외선에 의해 잘게 쪼개져 '미세 플라스틱(지름 5㎜ 미만)'으로 변한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미세 플라스틱을 플랑크톤 등이 먹으면 먹이사슬을 거쳐 결국 사람 체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인천바다 미세 플라스틱 농도 세계 2위

미세 플라스틱은 지구의 모든 바다에 존재한다. 해양환경보호전문가그룹(GESAMP)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 실태를 평가한 보고서에서 "지역적으로 밀도 차이가 있을 뿐 조사가 이뤄진 모든 곳에 플라스틱이 있었다"고 밝혔다. 북태평양과 지중해, 북대서양과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바닷속 플랑크톤과 물고기, 홍합, 굴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지중해 고래' '캘리포니아 연어' '북해도 홍합'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국가별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98.2㎏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1위였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우리 밥상으로 돌아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뢰로 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패류 4종을 검사해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했다. 패류 속살 100g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바지락에서 34개, 담치에서 12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이 패류 4종을 통한 국민 1인당 연간 미세 플라스틱 섭취 추정량은 212개라고 밝혔다.

각종 연구 결과와 논문을 보면 한국인의 미세 플라스틱 섭취는 더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3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인천 앞바다, 경기 해안의 미세 플라스틱 농도는 세계에서 둘째로 높았다. 1㎡당 평균 미세 플라스틱 개수는 1만~10만 개 사이일 것으로 추정됐다. 낙동강 하구는 셋째로 높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수돗물, 호흡으로도 인체에 유입

지난 2015년 독일 괴테대 연구진은 종이컵을 덮는 일회용 플라스틱 뚜껑을 가로·세로 1㎝ 크기로 잘라 물 위에 띄우고 태양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8주가 지나자 평균 224㎚(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플라스틱 입자가 1㎖당 1억 개 이상 발생했다. 플랑크톤 같은 작은 생물도 충분히 삼킬 수 있고, 생선이 아가미로도 흡수할 수 있는 크기다. 하지만 어느 정도 깊이에, 얼마만큼 퍼졌는지 규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호흡기를 통해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로 들어온다. 런던 킹스칼리지 프랭크 켈리 교수팀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하수 슬러지로 만든 비료가 건조되면 미세 플라스틱이 공기 중에 섞여 호흡기로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의 연구에선 공기 중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만약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들이마실 수 있다면 그 노출 정도는 해산물 섭취를 통한 경로보다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수돗물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 9월 미국 독립 언론단체 '오르브미디어'는 "14개국 159개 수돗물 샘플의 83%에서 L당 평균 4.3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10월 자체 조사한 결과, 24개 정수장 중 3개의 정수장에서 L당 0.2~0.6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전체 평균은 1L당 0.05개였다. 당시 미세 플라스틱 유입 경로가 명확히 분석되지는 않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은 정수를 마친 뒤 정수지에 담긴 물에 대기를 통해 날아온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미세 플라스틱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150㎛ 이상의 미세 플라스틱은 소화기관을 따라 몸 밖으로 배출되고, 그 미만 크기의 경우 0.3% 정도가 몸 안에 흡수된다고 한다. 플라스틱에 각종 첨가제나 중금속 등 오염물질이 흡착됐을 경우, 단백질·DNA 세포들을 해치거나 파괴할 수 있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 기자, 김정훈 기자, 김효인 기자, 이동휘 기자, 손호영 기자, 권선미 기자,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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