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값 반토막… 완도 앞바다에 시름이 쌓여간다

입력 2018.05.22 03:01

['전복의 고장' 완도 가보니… 가격 폭락해 쌓아둔 전복 5800t]

청탁금지법·중국 수출 부진 탓
上品 '큰 전복' 가격 폭락 직격탄… 3년새 1㎏당 5만원→2만8000원

어민들 "원가도 못 건질 판… 이대로 가면 버틸 재간 없다"

"최악입니다. 원가도 못 건집니다."

지난 18일 전남 완도군 노화읍 동천리 가두리양식장에서 만난 손모(37)씨는 "전복 농사는 풍년인데 가격이 폭락해 웃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 20마리의 전복 산지 가격은 2만원 수준. 작년 이맘때보다 ㎏당 최대 4000원쯤 떨어졌다. 손씨는 "치패(어린 전복)를 양식장에 들이고 미역·다시마를 주며 2~3년 키우고, 사람을 부리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가격이 이렇게 내려가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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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하되지 못한 전복들 - 지난 20일 전남 완도군 앞바다 전복 가두리양식장에 출하되지 못한 큰 전복이 쌓여 있다. 소비자들이 큰 전복을 외면해 전복 물량이 적체되면서 전복 가격이 사상 최대치로 폭락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날 완도의 가두리 양식장에는 주로 2년 6개월 이상 자란 '큰 전복'이 많이 보였다. 원래 시장에 있어야 할 상품이다. 그런데 팔리지 않는 물량이 쌓이면서 양식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손씨는 "고가로 거래하던 큰 전복 가격이 크게 떨어져 2년생 작은 전복도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개의 귀족'으로 불리는 전복 산지 가격이 이달 들어 사상 최대치로 폭락했다. 국내 전복 생산량의 74%를 차지하는 완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 청탁금지법 영향, 양식 기술 향상에 따른 과잉 생산, 수출 저조 등이 한꺼번에 맞물려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여름철을 앞두고 생산량이 쏟아져 전복값이 소폭 하락하는 것은 해마다 반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2014년 5월 ㎏당 10마리 기준 5만원이었으나 이달 2만8000원으로 급락했다. 50% 가까운 하락세다.

완도 전복 산지가격 동향
전복의 고전(苦戰)은 올해 설 명절 시장에서부터 감지됐다. 고소득 품목으로 인기를 끌던 ㎏당 10마리짜리 큰 전복이 저렴한 작은 전복에 밀린 것이다. 고가의 선물을 사지 못하게 하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음식점들은 갈수록 작은 전복을 선호한다. 완도산 전복은 이달 들어 적체 물량이 5800t까지 쌓였다. 이 중 큰 전복이 3200t에 달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다. 작년에만 중국 수출 물량 500t이 쌓였다. 김일 완도군 양식기획계장은 "큰 전복 가격이 내려가면서 작은 전복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급락했다"고 했다. 산지 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생긴다. 아직까지 대다수 소비자가 전복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소비는 저가 위주로 몰리는 데다 양은 줄었다. 그런데 공급량이 폭발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긴 점도 있다. 몇 년 새 양식 어가는 줄었으나 생산 기술이 향상되며 생산량이 4년 전보다 두 배가량 뛰었다. 2014년 9400t이던 국내 전복 생산량은 올해 1만8000t으로 예상된다. 완도 한 곳만 해도 국내 적정 소비량(1만3500t)을 감당할 정도다.

완도군과 생산자 단체 등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완도 어민들은 이달 말까지 '완도 전복 특별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큰 전복이 대상이다. ㎏당 7000~1만원을 할인해 판다. 김중견 한국전복산업연합회 본부장은 "할인 행사로 큰 전복 1000t가량을 소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완도군은 가격 하락 장기화에 대비해 7월 중 전복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가격 안정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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