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한몸'… 태아도 산재보험 적용 추진

조선일보
  • 곽수근 기자
    입력 2018.05.19 03:02

    임신 중 유해한 업무 환경 노출·미숙아 출산이나 선천성 질병 등 대상 범위·보상 수준 검토키로

    정부가 태아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임신 중 업무상 유해 요소에 노출돼 태아 건강이 손상된 경우, 태아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여성 근로자의 태아가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선천성 질병을 갖고 출생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시 대상 범위, 보상 수준 등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고용부는 오는 10월 나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고용부는 태아 산재보험 적용에 대해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사망 등을 뜻하므로 근로자 자녀인 태아는 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고용부는 이번에 태아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여당이 법안을 발의하는 등 산재보험을 통한 태아 보호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12년 한 의료원 소속 간호사들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난 자녀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산재로 인정한 반면, 2심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산재보험 급여 지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노동계는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간주되므로 임신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태아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20대 여성 직장인의 유산 비율은 29.4%(2015년 기준)로 같은 연령대 비직장인(피부양자)의 유산 비율(17.3%)보다 12.1%포인트 높다. 다만 경영계에선 "업무와 재해 사이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면 태아의 건강 손상이 대부분 산재 대상이 돼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재보험 재원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한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태아를 산재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면 누가 수급권자인지, 받을 보험 급여액은 어떻게 산정할지 등 따져봐야 할 사안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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