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폭로에 '녹음 까겠다'는 검찰... "이제 남은 건 특검 뿐"

입력 2018.05.18 16:43 | 수정 2018.05.18 17:18

드루킹 "검찰이 수사 축소한다"
檢 "타협 거절하자 거짓 주장”
검찰이 피의자와 ‘진실공방’ 중
“이제 누가 검찰을 믿겠나…”

‘드루킹’ 김동원씨. /뉴시스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가 ‘옥중서신’을 통해 검찰의 ‘축소 수사’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불순한 거래’를 거부당한 김씨의 ‘앙심성 선언’이라고 일축했다. 또 수사과정을 담은 동영상, 녹음 파일을 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둘 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 “드루킹의 덤터기 씌우기다”
검찰은 18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로 공개된 ‘드루킹의 옥중서신’에서 검찰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검찰은 드루킹의 댓글조작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축소해달라는 드루킹의 요구를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거부했다"며 "드루킹의 진술 내용을 녹음·녹화해 보존하는 한편 경찰에 드루킹과의 면담 내용을 통보해 조사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윤 차장검사는 "험한 말로 하면 덤터기를 씌우려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드루킹과의 면담(5월 14일) 상황은 모두 영상 녹화·녹음을 했으며, 향후 필요시에 녹음파일 내용을 공개할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드루킹이 편지를 통해 “검찰에서는 사건이 매우 '축소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었다.

이날 검찰의 대응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피의자와의 면담 일시와 장소, 면담 내용 등 수사 과정을 공개한 것은 물론 녹음·녹화된 드루킹과의 대화 내용까지 공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영상녹화를 드루킹이 동의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차장검사는 “고지하지 않았다. 면담이기 때문에 나중에 뒤통수 칠 수도 있으니까 증거로 남기기 위해 (녹음)했다”고 말했다.

◇법조계 “드루킹도, 검찰도 못믿겠다”
피의자(드루킹)와 검찰 사이에 ‘진실공방’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법조계에서는 “하루빨리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드루킹의 편지를 놓고 검찰이 한 해명을 봐도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며 "드루킹의 편지를, 검찰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제3의 기관(특검)에서 수사를 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검찰은 이날 드루킹의 폭로 의도가 불순했다는 점만 강조했다”며 “결국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김경수 의원이나 민주당의 조직적 개입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드루킹의 주장 중 핵심은 ‘한 검사가 다른 피고인의 조사 때 들어와 김 의원과 관련된 진술을 빼라고 했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드루킹 본인의 느낌일 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다른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사실무근이다’라고만 밝히고 있어 누구 말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DB
◇“검찰의 드루킹 법적조치 운운은 위험한 발상”
검찰이 "(드루킹의 허위 주장에 대해) 상황을 봐서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드루킹 주장의 진위는 둘째 치고 검찰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고소 후 셀프 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입을 막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도 "사실관계가 틀리다면 기자회견을 하는 등 뒤집을 방법은 검찰이 훨씬 많지 않느냐"며 "정치적인 오해를 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검찰은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드루킹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 안팎에서는 “핵심 피의자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데다, 그에 대한 별건(別件)의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과 관련된 계좌, 통신 압수수색 영장 등을 잇따라 기각해 경찰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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