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경련 건물 때문에 폐쇄된 금감원 정문… '우환' 부르나

조선일보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18.05.19 03:02

    [김두규의 國運風水]

    좌청룡역인 큰 연못 대신 위압적인 전경련 건물 탓 정문 대신 뒷·옆문 사용
    1999년 설립 이래 20여명 과로사·자살… 수장들도 낙마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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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정문. 대형 화분으로 이중으로 막아놓았다. /김두규 제공
    지금 '여의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곳에 근무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축복받은 사람이다. 조선 시대에도 그곳에 사람이 살았다. 그러나 고향이라고 밝힌 사람은 없었다. 당시는 천민들이 살던 곳이었다.

    '이들은 사람 축에 끼일 수가 없어 일반 양인들이 사는 부성이나 마을 안은 물론이요, 그 언저리에서도 감히 살지 못하고, 저만큼 물러나 귀빠진 곳에 저희끼리 웅크리며 어깨를 비비고 살아야만 하였다.'(최명희 '혼불').

    여의도엔 짐승을 키우고 잡아 납품하는 관노[典僕]들이 살았다. '그 섬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일가끼리 혼인하여 사촌이나 오촌도 피하지 않는가 하면 홀아비나 과부가 있으면 가까운 친척이라도 마음대로 같이 살면서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명종실록)

    천민이 살던 곳이 부귀의 땅으로 바뀌었다. 이를 풍수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농경사회와 상업사회의 풍수 입지가 다르다. 농경사회에서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즉 뒤로는 산에 기대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곳을 살기 좋은 땅으로 보았다. 사방의 산들이 감싸고 그 사이를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 길지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여의도는 사람 살 곳이 못 되었다. 모래땅으로 논농사는 불가하고 목축이나 땅콩 농사에나 걸맞은 땅이었다. 섬이라 바람이 세었다. '저희들끼리 웅크리며 어깨를 비비며 살아야' 했고, 강 건너 절두산에서 목을 치던 이들이 살던 곳이기도 하였다.

    반면 상업과 무역 그리고 금융 시대가 요구하는 풍수 입지는 배수면가(背水面街), 즉 뒤로는 큰물이 있고 앞으로는 도로가 나야 한다. 지금의 여의도가 그렇다. 모래가 흩어지는 성질이 있듯 돈도 자꾸 돌아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린다'는 풍수 격언에 근거해도 이곳은 금융의 땅이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것이 소문[風聞]이다. 방송·연예계에 맞는 땅이다. 흩어지는 속성에 소문이 과장되고 돈을 추구하는 이 땅과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잇단 수장들(최흥식·김기식)의 낙마로 흔들렸던 금융감독원이 이곳에 자리한다. 1999년 설립 이래 임직원 20여명의 과로사·질병사·자살로 터에 대한 괴담이 돌았다. 확장 공사로 인한 건물 모양, 공간 배치의 잘못이라는 소문도 있다. 한 건물의 길흉에는 터(입지)→주변 환경→건물 모양→정문의 위치→내부 공간 배치 순서대로 중시된다. 부동산·건축업자 시절의 트럼프 미 대통령은 풍수를 "길흉의 징조를 구분해주는 철학으로 자연과 주변에 어울리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정의하였다. 자연과 주변이란 바로 터와 주위 환경을 의미한다. 공간 배치가 흉하더라도 터가 좋으면 문제가 없다.

    이상적인 주변 환경은 뒤쪽은 작은 산[丘], 왼쪽은 냇물[流水], 오른쪽은 큰길[大道], 앞은 큰 연못[池]이 있는 곳으로 본다('황제택경'). 금감원의 경우 뒤로는 KEB하나은행이 작은 언덕[丘] 역할을, 앞으로는 드넓은 여의도 공원이 큰 연못을 대신한다. 오른쪽으로는 '의사당대로'가 큰길, 좌측으로는 전경련 건물이 청룡 역할을 한다. 흐르는 물이 있어야 할 청룡의 자리에 전경련이 위압적으로 서 있는 것이 흠이지만 견딜 만하다. 그런데 지금 금감원 정문을 폐쇄하고 뒷문과 옆문을 쓰고 있다. 민원인들의 잦은 시위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정문의 위치는 풍수상 옳다. 낮은 곳에 그리고 건물 중앙에 위치한다. 방위상 건방(乾方: 북서쪽)으로 금(金)의 기운(돈·권위·지도자)을 주관한다. 누군지 모르지만 '북서쪽 강한 음기 때문에 금감원에 우환이 많다'고 술사가 제안했을 것이다. 정문을 막는 것은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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