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화장장 받고 연 한우식당… 우리 마을 대박이 났어요

입력 2018.05.19 03:02

역발상으로 '님비' 극복한 두 마을

이미지 크게보기
춘천시 동산면 군자3리 주민들은 가지 농사를 짓지만 소득은 신통치 않다. 2014년 이 마을에 화장장이 들어섰다. 화장장을 반대하던 주민들은 보상으로 받은 경로당 건물에 한우 정육식당을 열었고, 한 해 4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을에서 키운 소를 잡아 유통 과정의 거품을 뺐고 요리부터 서빙까지 주민이 직접 한다./춘천=성형주 기자
강원 춘천시 동산면 '남춘천IC명품한우'는 남춘천 IC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한우 정육식당이다. 포장된 고기만 살 수도 있고 구입한 고기를 상차림비를 내고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여느 정육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은 식당 위치.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장장이 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춘천안식원'. 시내에 있던 낡은 화장장을 이전해야 했던 춘천시와 화장장이 없어 비싼 돈을 주고 다른 지역 화장장을 빌려 쓰던 홍천군이 함께 지었다. 홍천군에 가까운 춘천시 외곽 지역인 동산면이 부지로 선정됐다.

2층 건물에 총 6기 최첨단 화장로와 44만3900㎡(약 13만평) 달하는 공동묘역인 '안식공원'은 이제는 두 지역 상생(相生)을 상징하는 시설이지만, 동산면 주민에게는 달갑지 않은 시설이었다. 특히 동산면 군자3리 마을 주민들은 '동산면에서도 왜 하필 우리 마을이냐'며 반대했지만 건립은 확정됐다. 군자3리 주민들은 곧 발상의 전환을 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고깃집을 열 테니 건물을 지원해달라"며 춘천시에 역제안한 것.

남춘천IC 명품한우 지도
화장장 반대하다 한우식당 받기로

춘천시는 마을 입구에 2층짜리 마을경로당 건물을 지어줬고 주민들은 이 건물 1층에 정육식당을 열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고, 일손이 부족해 채 치우지 못한 테이블이 많았다. 홀에서 일하는 주민 박정옥(57)씨는 "오늘 200인분 식사를 준비했는데 점심에 이미 다 나가서 밥도 새로 하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근처 골프장 손님이 많기 때문에 계절 영향을 받긴 하지만 월 3000만~5000만원 정도 매출이 난다"고 말했다.

대표는 있지만 실제 주인은 마을 25가구 전부다. 함께 운영하며 수익을 똑같이 나눈다. 운영을 맡은 김영세 대표는 3대째 군자3리에 사는 토박이로 마을 이장 출신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주민 5명은 정식 직원으로 월급을 받고 연차휴가도 간다. 식당 벽에는 '마을 공동체 운영'이라는 플래카드도 걸어뒀다.

김 대표는 "동산면 주민들은 안식원 수입에서 일정 금액을 마을사업비로 받지만, 우리 마을 자체적으로 수익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기피 시설에 대한 보상으로 체육관, 공원 같은 복지 시설이나 지역 장학금을 조성하는 일은 적지 않지만 주민들이 보상으로 식당 건립을 요청하고 함께 운영하며 이익을 나누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인근에는 5곳의 골프장이 있다. 새벽같이 골프 치러 오는 손님을 잡기 위해 아침식사는 오전 5시 30분부터 가능하다. 마을 주민이 직원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짧아 일찍 문을 열 수 있다.

식당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종자리 정육점'. 식당 입구에 포장된 고기와 사골 등을 넣어놓은 냉장 시설에 군자3리의 옛 이름인 '종자리'를 붙였다. 식당에서 파는 한우는 종자리 7가구가 직접 키운 소다. 이날 냉장고에 있던 한우갈빗살에 붙은 이력번호는 '002102815844'.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이력제에서 조회해보니 마을에서 키운 한우였다. 김 대표가 지난 2016년부터 키워 지난 8일 도축한 거세한우로 육질 등급은 1+. 매달 3마리 정도를 잡는다. 도축에 드는 비용 40여만원을 제외하면 중간 유통에 드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김 대표는 "개업 초기에는 모두 의욕이 넘쳐 마을 주민 9명이 직원으로 일했는데 인건비 주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며 "차츰 노하우도 생기고 손님도 늘어 지난해부터 흑자가 됐다"고 말했다.

악취 끓던 '똥 마을'은 친환경 에너지타운

'똥 마을'로 불렸던 강원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도 님비(NIMBY·주민, 지자체가 기피시설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 현상)를 극복한 반전 사례. 2001년 홍천군의 하수와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 생긴 뒤로 마을에 나쁜 별명이 붙었지만 지금은 친환경 에너지 마을로 탈바꿈했다. 소매곡리는 환경부 '친환경 에너지타운' 1호로 선정돼 정화시설과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을 지원받았다. 여전히 하루에 가축 분뇨 80t, 음식물쓰레기 20t가량이 마을로 들어오지만 냄새는 줄었고 분뇨와 쓰레기를 자원으로 활용한다.

분뇨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는 주민들 난방용 가스로 공급한다. 겨울철 난방비가 평균 32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 줄었다. 당시 마을 이장으로 에너지타운 유치를 주도했던 지진수(42)씨는 "악취로 주민들 고생시키던 하수종말처리장이 지금은 마을 복지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의 하수종말처리장은 전기도 만든다. 태양광시설에서 얻은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팔아 한 해 1억원 넘는 수익을 얻는다. 기존 하수종말처리장 위에 340㎾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환경도 훼손하지 않았다. 가축분뇨 찌꺼기를 이용한 퇴비사업은 시골 마을에 일자리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마을 주민 5명이 맡아서 퇴비를 만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총 12곳이 친환경 에너지타운으로 선정됐다. 홍천군에 이어 경북 영천시도 지난 5월 하수처리장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가축 분뇨에서 바이오가스를 정제하는 시설을 완공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남춘천명품한우 식당과 소매곡리 에너지는 발상의 전환"이라며 "울며 겨자먹기식 보상금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찾고 행정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한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