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이어 리선권 "남조선 행동에 달렸다" 연일 압박

조선일보
  •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5.18 03:01

    [6·12 美北정상회담]

    "현실 감각도 판별력도 없는 무지무능한 집단이 남조선 당국"
    美 비핵화 입장 완화 안 끌어내면 한국 정부와 대화 않겠다는 엄포
    판문점 선언 '각기 책임' 거론하며 한·미 훈련·전략자산 전개 시비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북한이 17일 밤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이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위급 회담 무산에 대한 책임이 자신들이 아닌 한·미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은 "차후 남북 관계도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협박했다. 우리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CVID)'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 완화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더 이상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이날 리선권〈사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이유로 한·미 간 연합 공중 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강연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은 전날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면서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남남(南南) 갈등을 일으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리선권은 "남조선 당국은 완전한 '북핵 폐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상전과 한짝이 되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전투 훈련을 벌려 놨다"고 했다. 이어 태 전 공사를 겨냥해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었다"고 했다.리선권은 이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판문점 선언'을 거론하며 "그 어느 조항, 어느 문구에 상대방을 노린 침략 전쟁 연습을 최대 규모로 벌려 놓으며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비방 중상의 도수를 더 높이기로 한 것이 있는가"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각기 책임'이란 조항을 들어 한·미 군사 훈련 및 전략 자산 전개 등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추후엔 '미국의 핵우산 및 전략 무기 제공받기를 중단하고 주한 미군 기지도 사찰하라'고 주장하면서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리선권은 우리 정부에 대해선 "현실에 대한 초보적인 감각도, 현실적인 판별력도 없는 무지무능한 집단이 현 남조선 당국"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날 발표에 대해 정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날 주(駐) 싱가포르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소위 볼턴(미 백악관 NSC 보좌관) 같은 자들이 말하는 리비아식이니 이라크식이니 그런 건 통할 수 없다"며 "미국에서 우리의 일방적 핵 포기를 요구하고 그런 주장으로 나온다고 하면 절대 받아 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도 비핵화 CVID 원칙과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볼턴 보좌관을 직접 겨냥했다.

    김계관은 볼턴 보좌관이 밝힌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과 '리비아식 핵 포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 등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당초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미·북 정상회담용 의제 기선잡기"라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17일 리선권이 또다시 남측을 향해 대화 중단 가능성을 협박하면서 국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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