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 女 62% "성범죄 피해 경험"... 장관 직속 담당기구 설치해야

입력 2018.05.17 17:20 | 수정 2018.05.17 17:51

법무·검찰 분야 여성 10명 중 6명 이상은 조직에서 성희롱 등 성범죄 피해를 당해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17일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전문화된 담당기구를 설치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권인숙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이 1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간담회를 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권인숙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간담회를 열고 “유명무실화된 법무·검찰 내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절차와 담당기구 등 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각 기관에서 제보나 신고, 인지된 성범죄 사건을 이 기구에 보고하고 기구에는 조사를 담당할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을 둬야한다”고 말했다. 또 각 기관 내부결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무부 장관 산하 기구에 성범죄 사건을 바로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이날 법무·검찰 내 여성구성원 90.4%(8194명 중 7407명)가 참여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직 내 성희롱·성범죄 발생 비율이 61.6%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회식자리 등에서 외모를 지적하거나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 언어적 성희롱이 51% 였고, 상대가 의도적으로 포옹하거나 입맞춤, 허벅지 만지기 등 신체접촉을 당한 경우도 22.1%에 달했다. 강제 성관계에 이른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0.4%)도 있었다. 성범죄 발생 장소는 64.9%가 회식 장소에서 일어났다. 이 밖에 직장 내 (34.5%), 차량 (5.2%), 워크숍 등 행사(4%) 순이었다.

법무·검찰 내 성희롱·성범죄 피해 사례./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제공
법무·검찰에 근무하는 여성 10 명 중 절반은 ‘조직 내에서 성희롱, 성범죄 문제를 제기할 경우 피해자가 손해를 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성희롱 피해를 입고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은 검찰 66.6%, 기타 법무부 본부 등 산하기관 63.2%로 집계됐다.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등 현행 신고절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피해를 당한 직원 중 31.3%는 “달라질 게 없어서”라고 답했으며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같은 이유도 있었다.

대책위는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성범죄 등 고충처리를 담당하는 기구를 설치해 사건처리를 일원화해야한다고 권고했다. 권 위원장은 "검찰을 비롯한 법무부와 산하기관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범죄 등 모든 고충사건은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전문화된 담당기구를 설치해 처리를 일원화하고, 각 기관에서 제보, 신고, 인지된 성희롱 등 모든 고충사건은 이 기구에 보고돼야한다"고 했다. 이어 "기구에는 성희롱 등 사건의 조사를 담당할 '성희롱 등 고충처리 담당관'을 둬야한다고 권고했다.

또 해당기구와 담당관은 각 기관 담당자를 위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과 전문 교육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이 밖에 수위별 처리 매뉴얼을 마련해 일정 범위의 경미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사과 등으로 사건을 공식적으로 종결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또 법무부 장관에게 소문유포, 불리한 인사조치 등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고충사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정한 징계 조치를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또 피해자의 신상과 소속, 직위 등을 익명화해 고충처리 과정에서 일절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 밖에 이프로스, 법무샘 등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는 행위를 금지하는 행동수칙이 포함돼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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