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변호사 보수, 계약보다 덜 주려면 정당한 사유 있어야‘

입력 2018.05.17 16:56

대법원은 정당한 사정이 있다면 의뢰인이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며 약속했던 보수를 전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약속한 보수를 깎으려면 신뢰관계나 형평에 반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조선DB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17일 변호사 A(72)씨가 “착수금 등 당초 계약한 3850만원을 기준으로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며 소송 의뢰인들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보수는 이미 지급된 2000만원만 받는 게 타당하다”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의 소송수행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착수금의 정도나 사건의 난이도 등에 비춰 소송위임계약으로 정한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서 “원심은 변호사 보수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법리를 오해했다”고 했다.

판례는 원칙적으로 의뢰를 마친 변호사는 약속된 보수를 전부 청구할 수 있지만, 의뢰인과의 관계나 사건을 맡게 된 경위, 맡았던 소송의 난이도와 소송 수행을 위한 노력의 정도, 소송 규모나 결과 등 여러 사정을 따져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대법관 다수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변호사 직무의 특성상 소송위임계약은 영리추구가 목적인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다르다”면서 “과도한 보수 청구는 의뢰인의 뜻에 따라 적정한 수준으로 제한하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상대로 적정 보수를 청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을 함부로 수정·변경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 하고, 예외적으로 보수를 제한하려면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신·조희대 두 대법관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법률 규정에도 없는 형평의 관념을 근거로 이미 계약으로 정해진 변호사의 보수를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 예외를 두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A씨는 500억원대 횡령 범죄로 파산한 전국교수공제회 사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사건을 맡으면서 3850만원에 소송위임계약을 맺었다. 의뢰인 1인당 10만원씩 3500만원에 부가가치세(10%)를 더한 금액이다.

소송인단 일부는 소송이 접수된 이후 “변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소송을 취하하고 다른 로펌을 선임해 따로 소송을 진행하려 했다. 계약 이후 “착수금을 2000만원으로 깎아달라. 안 되면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A씨에게 2000만원만 건네기도 했다.

A씨가 진행한 소송은 상대방인 정부가 소 취하에 반대하면서 마저 진행됐으나 의뢰인 다수가 소 취하서를 내는 등 대리권 없는 무단소송처럼 비춰져 결국 패소했다. 마음을 바꾼 의뢰인들 사정과는 별개로 A씨는 계약대로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또 “계약에 따라 소송을 진행한 것인데 무단 소송인 것처럼 몰아가며 변호사회에 징계까지 신청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위자료도 청구했다.

1·2심은 그러나 “당초 약속한 보수가 부당하게 많아 착수금은 2000만원만 받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다만 A씨에 대한 명예훼손 피해를 인정해 위자료 500만원, 인정된 보수(2000만원)를 기준으로 나머지 비용 75만원을 의뢰인들이 지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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