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인가' '지휘인가'

입력 2018.05.17 16:54 | 수정 2018.05.17 17:00

2016년부터 수사만 세번째… 정치인 낀 민감한 사안
안미현 검사·수사단 “총장과 대검의 부당한 수사개입”
文 “적법한 수사지휘”... 반부패부 “오히려 직무유기”

검찰은 2016년 2월부터 지금까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두 번이나 수사했고, 이번이 세 번째 수사다. 부실 수사 논란으로 재수사에 재수사를 거듭해왔다. 그 사이 검찰총장도 김수남 전 총장에서 문무일 총장으로 바뀌었고, 지난 2월부터는 별도의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꾸려져 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사 외압’ 논란이 또 불거졌다. 수사에 참여했던 안미현(39) 의정부지검 검사와 강원랜드 수사단이 지난 15일 잇따라 문무일 총장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은 “정당한 직무였다”고 정면 반박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문무일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①“불구속하라” 1차 수사, 외압 있었나
1차 수사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년 2개월여에 걸쳐 진행됐다. 안 검사는 2017년 2월부터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당시 검찰은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과 인사팀장 권모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안 검사는 올 2월 한 방송사에 출연해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현 서울남부지검장)이 갑자기 사건을 종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안 검사는 "사건처리 예정 보고서는 결과가 불구속·구속으로 열려 있었는데 (최 지검장이)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뒤 다음날 '(최 사장과 권 팀장 등을) 불구속하는 걸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또 수사 과정에서 등장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 고검장 출신 변호사 등의 이름을 증거목록에서 삭제하라는 압력도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지검장은 대검을 통해 “안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하기도 전에 김 총장에게 (최 사장 등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보고했고, 총장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불구속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된 것은 강원랜드가 자체 감사를 통해 수사를 의뢰하고 1년여 만이다. 앞서 오랫동안 사건을 검토했기 때문에 김 총장에게 이 같은 의견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증거목록 삭제 요구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재판부가 증거목록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해 이미 법원에 (권 의원 등의 이름이) 제출된 상태였다”고 했다. 이미 제출돼 있는 명단을 삭제할 이유도, 삭제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다.

②권성동 전화받고 보좌관 조사 개입했나
2017년 9월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지시한다. 이른바 2차 수사다.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된 것이 계기였다.

안 검사는 재수사 과정에서도 대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검사는 “금요일인 작년 10월 20일, 채용 브로커 B씨의 자택을 토요일인 21일 압수수색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더니 대검 반부패부에서 평일에 압수수색하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 측은 “압수수색 예정일 이틀 뒤인 23일 춘천지검을 포함한 서울고검 대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일정을 조정하는 게 낫다고 한 것”이라며 “보통 압수수색은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평일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대검 한 관계자는 “국감이 지난 뒤에 (압수수색을) 하라고 했는데 안 검사는 무슨 이유인지 하지 않았고, 이제와서 대검 때문에 못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오히려 해야 할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했다.

강원랜드 수사단은 대검이 국회의원 보좌관을 소환하는 과정에서도 “국회의원 보좌관 소환은 대검에 보고하고 하라”면서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단은 이 같은 행위를 수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춘천지검은 작년 12월 권성동 의원 보좌진 C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하면서 또 다른 보좌진 D씨도 함께 소환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하지 않은 ‘소환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검 반부패부는 춘천지검에 절차를 지키라는 취지로 “보고하고 소환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③춘천지검장 질책… ‘權 소환하지마라’는 뜻?
안 검사는 권성동 의원 소환을 놓고 문무일 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질책'했다고 했다. 안 검사는 "문 총장이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일반 다른 사건과 달리 조사가 없어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총장은 “질책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적법한 수사지휘'였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검장이 “권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보고하자 문 총장은 “추궁할 거리가 생겼느냐”고 물었고, 이 지검장은 “그런 것은 아니고 1차 수사때 소환하지 않았으니 소환 조사해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어 문 총장이 “아무 것도 없이 소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일반 사건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소환해서 면피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치권에서) 수사 과정에 대해 문제 삼으면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총장이 소환 조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증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이라며 "정당한 지휘"였다고 했다.

비가 온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고인 빗물에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④반부패부, 압수수색 못하게 방해했나
수사단은 "문 총장이 공언과는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입장 자료를 냈다. 안 검사도 "문 총장 등을 포함해 수사 방해 행위가 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 주장의 핵심은 지난 3월 15일 수사단이 대검 반부패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나갔는데, 대검의 반대로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단은 앞선 2차 수사 과정에서 반부패부가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나갔다.

대검은 압수수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디지털포렌식 작업이 다소 늦어졌지만, 당일 사무실 캐비닛 등을 모두 뒤지고 업무 일지도 복사해서 가져갔다"고 했다. 수사단이 압수수색을 나온 시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이어서 디지털포렌식을 곧바로 실시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게 대검 측의 설명이다.

수사단은 반부패부의 이런 행위가 '직권남용'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대검 측은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주장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일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세월호 사건 수사 때 광주지검의 해경 압수수색을 방해했던 일과는 사정이 다르다”면서 “수사지휘권을 가진 대검이 수사 절차에 대해 조율을 하는 것까지 수사 방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수사단은 또 권성동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수사심의위원회에 보내 심의를 받자고 하자, 문 총장이 전문자문단을 꾸려 심의를 받는 게 낫겠다며 미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검 한 간부는 “권 의원에 대한 수사 결과가 법리적인 구성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기밀을 요하는 사항도 있어 총장이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보다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전문자문단 심의를 받는 게 낫다’는 의견을 낸 것이고, 수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강원랜드 수사 결과는 18일 열리는 대검 전문자문단 심의를 통해 내려진다. 일부에서 자문단이 대검 추천 인사가 과반을 넘어 거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검은 "문 총장이 수사단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수사단도 전문자문단의 결론을 수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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