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젊은이들 '이별비' "헤어지려면 돈 내라"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05.17 03:00

    먼저 결별 통보한 쪽서 줘

    이달 초 중국 항저우시의 한 술집에서 주인 없는 가방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열어보니 현금 200만위안(약 3억3800만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이 찾아낸 가방 주인은 20대 청년이었다. 가방 안의 현금은 자신이 결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에게 건네려던 '이별비(分手費·펀서우페이)'였는데, 여자 친구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너나 가지라'고 말한 뒤 나가버리면서 술집에 가방만 남겨진 것이다. 청년은 경찰에 "돈이 충분치 않았던 거냐"고 되물었다.

    이 해프닝이 최근 중국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와 BBC방송 등에 알려지면서 요즘 중국 젊은이들의 연애 트렌드인 '이별비'가 주목받고 있다. 쉽게 말해 '미혼 커플들의 이별 위자료'다. 연애 관계를 청산할 때 주로 결별을 요청하는 쪽에서 주는 위로금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급하는 만큼 계산법은 커플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동안 들어간 데이트 비용을 시시콜콜하게 추산하기도 하고, 결별을 통보받은 데 따른 심적 고통의 무게를 주관적으로 계량화하기도 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주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최근엔 반대의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영국 BBC는 "이별비는 연애를 결혼으로 향하는 과정으로 인식했던 중국인들의 전통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관점이 있는 반면, 중국 사회에 만연한 소비지상주의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별비가 젊은 층의 연애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갈등이나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닝보시에서는 머리가 벗어졌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여성을 상대로 보상금을 요구한 남성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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