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사이렌 소리에도… 길 건너는 사람들

조선일보
  • 이벌찬 기자
    입력 2018.05.17 03:00 | 수정 2018.05.17 07:37

    '길 터주기' 훈련 동행 취재… 차보다 보행자가 더 비협조적

    "차는 피해주는데 사람이 안 피해주네요." 16일 오후 2시 48분 서울 종로구 경운동 횡단보도 앞에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던 소방차 14대가 일제히 멈춰 섰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 2명이 소방차를 보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넜다. 보따리짐을 든 할머니도 뒤를 따랐다. 지휘차 스피커에서는 "출동 중입니다. 길을 건너지 말고 양보해 주세요" 하는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소방차가 보이면 신호가 파란불이 되더라도 멈춰야 한다. 홍진석 종로소방서 상황실장은 "횡단보도마다 20~30초씩만 지연돼도 골든타임은 절대 못 맞춘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 사거리를 지나던 소방차가 사이렌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때문에 멈춰 서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 사거리를 지나던 소방차가 사이렌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 때문에 멈춰 서고 있다. 소방차가 보이면 신호가 파란불이 되더라도 건너지 말아야 한다. /김지호 기자
    이날 오후 전국의 혼잡 도로 349곳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실시됐다. 전국 소방서 215곳 모두 참여했다. 화재 진압 골든타임인 6~7분 이내에 소방차가 도착할 수 있도록 보행자·운전자의 양보 필요성을 일깨우려는 취지였다.

    이날 종로소방서에서 출발한 소방차 행렬이 20분 거리인 10㎞ 구간(안국역~동묘앞역~청계천로~종로소방서)을 운행하는 데에 30분이 걸렸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렸는데도 2~3분마다 발목이 잡혔다. 도로 차량보다는 보행자가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았다. 동대문역 부근 교차로에서는 소형 트럭 3대가 소방차를 보고서도 꼬리 물고 앞질러 갔다. 소방차 행렬 사이에 끼어 달리는 얌체 차량도 있었다. 동묘역앞에서 종로구 청계천로로 들어서자 소방차는 거북이 운행을 했다. 두 차로뿐인 이곳에서 한 차로는 도로변 가게에 납품하러 온 차량과 오토바이가 점거했다.

    소방차에 길을 양보할 때는 요령이 있다. 도로에서 소방차를 보면 일단 가까운 가장자리로 붙어 서행해야 한다. 일방통행로에서는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세우고, 교차로에서는 비상등을 켜고 오른쪽에 멈춰야 한다. 보행자는 소방차가 지나간 다음에 길을 건너야 한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소방기본법은 소방차에 양보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최고 200만원 과태료를 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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