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정우성은 고민한다

조선일보
  •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입력 2018.05.17 03:00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일단 뿌듯하다. 나의 글이 좋게 보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더 큰 난감함이 찾아온다. 어머니는 좋은 것을 남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늘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자니 불효자가 되고, 효도를 하자니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앞엔 적이 있고 뒤엔 강이 있다.

    이 글을 엄마가 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한번 이야기해보자. 글이란 '정돈한 내면을 꺼내놓은 결과'에 불과하다. 즉, 좋은 글은 잘 정돈된 내면에서 나온다. 평소 내면을 잘 정돈해두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무엇을 접하든 일정한 사고를 통해 나만의 입장과 판단을 정리해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고력도 기를 수 있다.

    얼마 전엔 배우 정우성에 대한 감상을 내면을 통해 정돈했다. 정우성은 아마 한국에서 '잘생겼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본 남자일 것이다. 우연히 그가 출연한 영화 제작 발표회 영상을 봤는데, 그 안에서 정우성은 또다시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었다. "너무 잘생겼어요!" 한 관객이 외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잘생긴 것 저도 알아요." 얼핏 태연한 대답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만만치 않은 고민의 무게가 느껴졌다. 똑같은 상황을 수없이 겪으면서 나름대로 정립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일사일언] 정우성은 고민한다
    정우성도 참 곤란했을 테다. 모든 사람이 잘생겼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고 "아니에요, 못생겼어요"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는 노릇 아닌가. 아마 그는 그 대신 가벼운 말투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편이 더 자연스럽고 유쾌하다고 결론 내린 듯하다. 내심 사람들이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더 이상 그런 걸로는 이야기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칭찬은 감사히 받을게요. 하지만 제 연기와 작품에 대해 더 많이 말해주세요.' 본의 아니게 정우성에게 한 수 배웠다. 지겨운 호의에 무례하지 않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 오늘의 내면 정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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