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는 가족? 도둑처럼 얻은 가족!"

조선일보
  • 칸=송혜진 기자
    입력 2018.05.17 03:00

    '만비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황금종려상 강력한 후보로 떠올라

    갈채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식 상영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55) 감독 영화 '만비키 가족'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이날 기립 박수는 유난히 뜨겁고 길었다.

    16일 현재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만비키 가족' 평점은 3.2(이하 4점 만점)로 그간 상영작 중 1위다. '필름 프랑세즈'는 평점 2.92를 내놓아 러시아 영화 '레토'에 이어 2위다.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인 셈이다. 올해 칸 경쟁작은 21편으로 현재까지 13편이 공개됐다.

    올해 칸 영화제에‘만비키 가족’을 내놓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나는 가족이라는 우물에서 영화를 길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만비키 가족’을 내놓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나는 가족이라는 우물에서 영화를 길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만비키(万引き)'는 도둑이라는 뜻이다. 영화 제목은 '도둑질하는 가족'이기도 하고 '도둑처럼 얻은 가족'이기도 하다. 좀도둑질하며 살아가던 다섯 가족은 우연히 추위에 떠는 다섯 살 소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온다. 함께 살던 할머니가 죽자 가족은 연금을 계속 받으려고 사망 사실을 숨긴다. 지난 15일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뉴스에 나온 사건들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사회 문제로 부각돼온 '유령 연금 범죄'가 그중 하나다. 고레에다 감독은 "양극화는 심해지고 사회 안전망은 헐거워진다. 그 속에서 가족의 생존이란 어떤 것인가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2004년 '아무도 모른다'에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서류상으로 존재조차 없게 된 네 남매 얘기를 그렸던 히로카즈다.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태풍이 지나가고'(2016)처럼 그는 줄곧 주머니 속 압정같이 무심하고 날카롭게 사람을 울리는 가족 영화를 만들어 왔다. "왜 그토록 균열된 가족에 천착하느냐"고 묻자 히로카즈는 천천히 답했다. "우리 모두 그런 가족 안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그 가족이 또 다른 가족을 낳고요. 영화가 절망과 슬픔이란 우물에서 길어올리는 것이라면, 저는 그 우물을 가족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다른 작품들이 그렇듯 '만비키 가족'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후 햇살처럼 나긋하다. 가족들이 모여 전골을 끓여 먹거나 비가 쏟아지는 날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 장면이 그렇다. 고레에다 감독은 "우리에겐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빠와 아들이 낚싯대를 훔치는 장면도 뉴스에서 빌려왔어요. 어떤 좀도둑 가족이 잡혔는데 훔친 물건에 낚싯대가 있었습니다. 그 가족의 취미가 낚시였던 거죠. 그 얘길 듣고 슬프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깨지고 아파도 그 속엔 종종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지요. 전 그걸 건져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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