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 슬그머니 올라가는 그림… 제일 중요한 건 유머"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5.17 03:00

    에펠탑 평화 심벌 만든 장 줄리앙 "이번엔 가족 그림 보여드릴게요"

    동그란 눈, 툭 튀어나온 코, 기다란 얼굴.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35)은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다. 수퍼마켓과 빵집, 여자 친구 손톱에서 그의 이목구비를 똑 닮은 캐릭터를 한 번쯤 봤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메시지 명확한 그의 그림을 제품에 싣고 싶어 하는 회사가 많아 지난 5년간 의류, 음료, 제과, 와인 브랜드와 협업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선 손톱에 그의 캐릭터를 그려 넣는 게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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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줄리앙이‘아트토이컬쳐’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자신의 캐릭터 봉제 인형을 안고 있다. /성형주 기자
    줄리앙이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열린 '아트토이컬쳐'에 참석했을 때도 사인받으려는 관람객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서울 한남동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선 개인전 '리니지(혈통)'도 개막했다. 이번 전시엔 아들에게 밥 먹이는 아버지나 아이를 무동 태운 아버지 등 부자(父子) 관계를 다룬 그림이 많다. 그는 "아들을 낳은 후 가족을 그리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 코끼리 그림인 이유도 가족을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줄리앙의 그림은 아이들도 따라 그리기 어렵지 않다. 붓으로 그린 검정 테두리는 삐뚤빼뚤하고 색감도 수수하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뉴욕타임스 삽화로 실리고, 런던의 빨간 버스 개통 150주년을 기념한 교통카드 케이스도 그가 디자인했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대학 때부터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에 작품을 올리면서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었다.

    '에펠탑 평화 심벌'
    협업을 많이 하지만 그의 작품이 무상(無償)으로 전 세계인에게 이용된 적이 있다. 2015년 IS의 파리 공연장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에펠탑 평화 심벌'〈작은 사진〉이다. '파리'와 '평화'라는 메시지를 동그라미와 서너 가닥의 선만으로 전달한 심벌은 소셜미디어와 언론에 삽시간에 퍼졌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을 때 참가자들은 이 심벌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거나 피켓을 들고 나왔다. 그는 "휴가 중 파리 테러 소식을 듣자마자 붓을 들었다. 3분 아니면 5분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줄리앙은 그림을 그릴 때 '유머'를 가장 신경 쓴다고 했다. 그의 그림은 박장대소가 아니라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는 미소를 안긴다. 선탠한 남성이 전화 통화를 너무 오래해 귀 부분만 하얘진 것을 그려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식이다. "식자층만 이해하는 농담 말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걸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저는 '사인필드'(미국 시트콤)와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영감을 얻어요."

    '소리 지르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기.' 줄리앙이 가르쳐준 인기 비결이다. 6월 3일까지 (02)794-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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