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다룬 내 영화, 해외서만 주목받아 씁쓸"

조선일보
  • 조유미 기자
    입력 2018.05.17 03:00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
    참혹한 北 현실 그린 '사랑의 선물' 밀라노 영화제 수상 후보 올라

    "흥행 상관없이 실상 그대로 담아… 인권 유린 고발 작품 계속 만들 것"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영화제에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 '사랑의 선물(The Gift of Love)'이 최고의 영화·여우주연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黨)과 수령을 향해 충성을 다했던 북한 상이군인과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몸을 팔고 빚을 지는 등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탈북자 출신 김규민(44)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황해도에서 만나 직접 목격한 가정의 이야기"라며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인 모습이 북한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규민 감독은“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영화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김규민 감독은“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영화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1974년 황해북도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당 소속 극단 배우로 활동했다. 식량난이 극심하던 2000년 탈북해 이듬해 한국에 정착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줄곧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를 제작해왔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 한쪽엔 '북한의 기아' '북한의 인권 실태' 등 북한 인권 관련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영화 구상 단계에서 탈북자 100여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고 했다. 앞서 제작한 영화 '겨울나비(2011)'에선 굶주림에 시달리다 정신이상을 일으킨 여성이 아들의 인육(人肉)을 먹는 내용을 다뤘다.

    그는 "영화에 유머 코드는 전혀 넣지 않는다"며 "흥행과 무관하게 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TV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가 미화되는 모습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화‘사랑의 선물’포스터.
    영화‘사랑의 선물’포스터. /한마음프로덕션
    그는 "김정은이 웃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더라"며 "그토록 알리려고 노력했던 참혹한 북한 실상은 한순간에 잊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북한 인권은 언급하지 말라는 일부 네티즌 반응에 충격받았다"며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2000년부터 열리고 있는 밀라노영화제의 올해 수상작은 오는 21일에서 다음 달 13일 사이에 발표된다. 다음 달 12일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과 시기가 맞물린다. 김 감독에게 이번 영화제가 특히 의미있는 이유다. 그는 "이런 시기에 국제영화제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주목한다는 것만으로도 뜻깊다"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시범 케이스'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북한에서 소를 잡아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공개 처형당하는 노인 이야기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어 통일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다보면 통일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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