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최저' 심각한 수준으로 다가가는 경제지표들

조선일보
입력 2018.05.17 03:19

4월 취업자 증가 폭이 작년 4월보다 12만여명 늘어나는 데 그쳐 3개월 연속으로 '10만명대 증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8년여 만의 최악 실적이다. 정부 목표치이자 고용 안정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만명 선에 크게 못 미쳤다. 그나마 선방하던 제조업 일자리마저 11개월 만에 7만명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국민 세금으로 억지로 만든 일자리가 대부분인 공공·국방·사회복지·보건 분야는 22만명의 큰 폭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일자리를 빼면 사실상 취업자가 감소했다는 뜻이다. 얼마 전엔 3월 제조업 가동률(70.3%)이 9년 만의 최저로 내려갔다는 발표가 있었다. 세계 금융 위기 때와 같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맞았는데 우리만 이러고 있다.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일시적 요인이 크다며 "다음 달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결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자리 감소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편의점·식당처럼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9만명 줄었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임시직과 일용직 취업자도 18만명이나 감소했다. 하위층 근로자일수록 충격이 현저했다. 노동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를 위협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고용 통계가 나올 때마다 매번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경제 부총리조차 국회에서 경험과 직관이란 전제 아래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향이 없다고 부인하던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는 4월 고용 통계가 나오기 전날까지도 제조업 일자리가 줄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고 했다. 바로 다음 날 제조업 취업자마저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굳이 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고용 현장에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직원을 줄이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만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좋은 정책은 밀고 가고 잘못된 정책은 고치면 된다. 그게 이렇게도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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