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 인재유치 딜레마….혁신 가속 vs 부동산 위장부양

입력 2018.05.17 04:00

하이난 ‘100만 인재 유치’ 인센티브 발표 “부동산 가격 급락 저지용” 지적도
주택건설부, 청두 시안 산야 등 12개 도시 경고...일부 지역 부동산 투기대책 보완

중국 하이난성의 성도 하이커우의 지난 4월 부동산 가격은 전월 대비 기준 1.9% 올라 하이난 남부의 산야와 함께 중국 2위에 올랐다. /하이커우=오광진 특파원
‘40세 이하 석사생에 주택 임대료 매달 2000위안 보조’ ‘정규직 인재에 5년간 거주한 주택 지분 80%를 무상 제공’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100만 인재 하이난 유치 액션플랜’(2018~2025년)에 담긴 인센티브들 중 일부다.

“하이난 역사상 최강 인재 유치 정책”(중국 매일경제신문)이라는 평도 나오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터뷰한 하이난의 주민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폄하했다.

지난 4월 13일 하이난 경제특구 지정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을 중국 첫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부동산 투기 조짐이 일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6일 발표한 70개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하이난의 하이커우(海口)와 산야(三亞)는 각각 전월대비 1.9% 올라 단둥(2%)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랐다.

하이난 성 정부는 지난 달 22일 모든 섬 전체를 외지인의 구매를 제한하는 부동산 투기억제 대상으로 지정한 “역사상 최강 부동산 투기억제책”(텐센트 재경)을 내놓았다. 부동산 투기 대책 이전 하이난에서 주택 구매자의 80%는 외지인이었다.

하이난의 부동산투기 억제책과 인재유치 조치는 중국에는 “정책이 있으면 대책이 있다”는 속설을 떠올리게 한다. 중앙이 정책을 내려도 지방에서 이를 피해 갈 대책을 마련하는 지방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얘기다.

하이난의 행보는 스스로 정책을 내놓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형국으로 비쳐진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외지인(비거주자)의 구매를 주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인재 대책’은 인재로 인정된 외지인을 예외로 적용하는 건 물론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방정부가 충돌하는 듯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는 배경에는 부동산의 양면성이 있다. 지방정부는 거품을 막아야 금융리스크를 예방하고 빈자(貧者)들의 박탈감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면 지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토지 양도 소득이 지방재정의 큰 축을 차지하는 중국의 세수 구조상 부동산은 지방정부에 일정수준 활성화를 유지해야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중국이 부동산 투기억제를 선언해도 정책 수위를 조절하는 이유다.

하이난 정부의 행보는 중국에서 지난해부터 들불처럼 확산된 지방정부의 인재유치 정책 배후에 부동산 투기억제는 해야겠고, 그렇지만 부동산 불경기는 보고 싶지 않은 지방정부의 딜레마를 부각시킨다.

주택도농건설부가 5월1일 노동절 전후로 12개 주요 도시 부동산 정책관계자를 불러 경고한 것을 두고 베이징청년보 등이 인재유치 정책의 문제를 고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배경이기도 하다. 주택건설부의 경고를 받은 도시 가운데 창춘 하얼빈 포산 청두 구이양 시안 등 6곳은 이미 추가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내놓았다.

지난 15일 청두가 “부동산 시장 조정정책 보완을 위한 통지’란 이름으로 내놓은 추가 부동산 투기 대책도 그중 하나다. 후커우(戶口⋅호적)를 받은 후 24개월이 안된 경우엔 청두내 안정적인 직장에서 12개월 이상 연속 사회보험료를 냈음을 증명해야 신규 주택이나 기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들어갔다.

이전 부동산 투기대책에는 후커우를 획득한 외지인의 경우 부동산 구매 때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 않았었다. 베이징청년보는 청두의 추가 부동산 투기 대책이 다른 도시에 시범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인재유치 대책을 부동산 부양을 위장하는 수단으로만 폄하하기에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청두는 지난 해 7월 12개 조항으로 구성되는 인재유치 조치를 내놓았다. 긴급히 필요한 기술인력에게 안정적인 거주를 위해 월 최고 3000위안의 보조금을 3년간 준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청두시 통계국에 따르면 인재유치 조치 시행 300일만에 대학 학부 이상 인재 10만명 등 17만명이 넘는 청년 인재가 청두에 자리를 잡았다. 청두 같은 지방정부의 인재유치 정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는 혁신 강국 구호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의 안정적인 도시 거주를 위한 후커우 개혁 측면에서는 인재유치 정책이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농민공에 대한 후커우 발급을 늘려 사회안정을 기하는 것과 인재 위주로 후커우를 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이에 놓인 지방정부의 고민을 반영한다. 어느 나라 정부나 갖게 마련인 소득분배와 성장 가속 사이의 딜레마가 후커우 정책에도 반영돼 있는 것이다.

농민공은 도시에 거주해도 후커우가 없어 자녀 교육이나 의료보험 등에서 도시민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후커우 발급이 늘수록 지방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 기존 시민과 지방정부는 후커우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지방정부의 인재유치 정책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16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제 2회 세계 지능대회에 참석한 순원쿠이(孫文魁) 톈진 부시장은 인재유치 대책을 소개했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가 보도했다. 40세를 넘지 않은 대학 학부 졸업생, 45세가 안된 석사,연령 제한 없는 박사는직접 후커우를 받을 수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인재유치 정책 확산에서 부동산 투기 억제의 딜레마는 물론 소득분배를 통한 안정과 혁신에 기반한 성장추구 사이의 딜레마를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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