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합의 하루만에… 與野 또 기싸움

조선일보
  • 최연진 기자
    입력 2018.05.16 03:13

    ['드루킹 특검' 규모·기간 이견]

    與 "대통령·김경수, 대상 아니야… 내곡동 특검에 준해 규모 최소화"
    野 "수사기간 90일에 검사 20명, 최순실 특검 수준으로 꾸려야"

    여야(與野)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 도입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여야는 전날 특검법안의 명칭과 수사 범위 등에 대해 큰 틀에서는 합의했지만, 15일 세부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이견을 보였다. 특검의 규모와 수사 기간을 놓고 여당은 '2012년 내곡동 특검'을 모델로 제시한 반면 야당은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준이 아니면 '물특검'이 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모임을 갖고 드루킹 특검법안과 정부 추경안 동시 처리를 위한 논의에 나섰다. 그러나 세부 내용에서 이견이 커 '5월 18일 동시 처리' 방침만 재확인한 채 헤어졌다. 오히려 여야는 이날 장외에서 특검의 수사 대상과 범위를 두고 각자 입장을 주장하며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추경 잘 부탁합니다” 허리 굽힌 총리 -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追更)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관 앞에서 마주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추경 처리 협조를 당부하며 허리를 굽히고 있다.
    “추경 잘 부탁합니다” 허리 굽힌 총리 -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追更)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관 앞에서 마주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추경 처리 협조를 당부하며 허리를 굽히고 있다. /이덕훈 기자
    우선 전날 여야가 특검 수사 대상으로 합의한 '관련자의 불법행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으로서 검찰과 경찰을 수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그런 부분은 야당도 양해해서 구두 합의가 된 것"이라고 했다. 드루킹 김동원씨와 주변 인물들만 수사해야 하며,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과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나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특검을 대선 불복 프레임으로 끌고가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야당은 "수사 대상에 성역은 없다"고 맞섰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특검법안 명칭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제외됐다고 해서 이미 인지된 (범죄) 사실까지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핵심 의혹인 19대 대선 댓글 조작, 김경수 후보 연루 의혹 등의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특검 규모와 수사 기간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에 준해 이번 특검의 활동 시한과 수사단 규모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곡동 특검은 30일간 활동했고, 검사 10명이 파견됐었다. 여권 관계자는 "6·13 지방선거 이후 특검 수사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기간과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여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수사 기간 90일에 검사 20명·수사관 40명 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최순실 특검(수사 기간 70일, 검사 20명·수사관 40명) 수준으로 특검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야당 관계자는 "역대 특검 중 최순실 특검을 제외하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수사팀 규모와 수사 기간을 충분히 보장해야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정치권에선 여야의 특검 도입 합의를 두고 "여권에 면죄부를 주는 특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야가 전날 합의한 대로라면 특검 후보에 대한 1차 추천권은 야당이 아니라 대한변협이 행사하기 때문이다. 또 대한변협이 추천한 4명 중 2명을 야 4당의 합의로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그중 1명을 대통령이 특검으로 선정하게 된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이 원하는 인물이 특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특검 기간이나 수사팀 규모마저 축소된다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물특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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