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풍계리 사찰 필요"… 北의 폐쇄쇼 제동

입력 2018.05.16 03:01

['판문점 선언' 이후]

北 "핵무기 실험금지 노력 참여" 밝혔지만 전문가 초청 안해
南측 통신·방송사 1곳씩만 입맛대로 불러… 신문사는 제외

미국이 오는 23~25일로 예정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 사찰을 뒤늦게 요구했다. 북한이 전문가 참관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핵실험장 폐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한·미 전문가 등을 초청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전문가 사찰이 빠진 폐쇄는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일자 미국이 공개적으로 전문가 사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한은 이날 우리 정부에 통지문을 보내 "남측 한 통신사와 한 방송사에서 기자를 4명씩 초청한다"고 밝혔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의 참관은 막고 입맛에 맞는 언론만 초청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美 "전문가 사찰은 北 비핵화 핵심"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14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계획을 환영한다"면서도 "국제 전문가들의 사찰이 이뤄지고 완전한 확인 절차가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비핵화의 주요 절차"라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북한 비핵화 검증의 출발점으로 보고, 철저한 사찰을 요구한 것이다.

건물·이동레일 철거된 풍계리 핵실험장… 北 폐쇄 사전 작업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지난달 20일(위)과 이달 7일(아래) 각각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달과 비교해 이달 들어 핵실험장 서쪽·북쪽 갱도 주변에 있던 이동식 건물이 다수 철거됐고, 갱도 입구에서 야적장으로 이어진 광차 이동용 레일 일부도 제거됐다.
건물·이동레일 철거된 풍계리 핵실험장… 北 폐쇄 사전 작업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를 지난달 20일(위)과 이달 7일(아래) 각각 촬영한 위성사진. 지난달과 비교해 이달 들어 핵실험장 서쪽·북쪽 갱도 주변에 있던 이동식 건물이 다수 철거됐고, 갱도 입구에서 야적장으로 이어진 광차 이동용 레일 일부도 제거됐다. /38노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도 "사찰할 수 있고 완전히 확인할 수 있는 영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핵실험장) 폐쇄 조치는 비핵화의 핵심 단계"라며 "미국은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달 초부터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장 주변 이동식 건물들이 철거되고 이동용 레일도 일부 사라졌다.

한태성 제네바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유엔 군축회의 연설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완전히 금지하기 위한 국제적 열망과 노력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가입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풍계리에 CTBT 전문가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전문가 검증 없이 핵실험장 폐쇄를 강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건 암 수술 도중 다시 배를 덮자는 얘기"라며 "가장 중요한 핵 자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북한이 그대로 핵 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北 "남측 통신사·방송사 1곳씩만 오라"

북측은 앞서 이번 현장 공개에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5국 취재진을 초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측엔 통신·방송 각 한 곳만 초청한다고 통보했다. "비판적 논조로 보도할 수 있는 신문사의 방문을 원천 봉쇄하고 우리 정부 영향력이 큰 통신·방송사 등만 초청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냉각탑 폭파 때도 한국의 MBC, 미국의 CNN, 일본의 TBS, 중국 CCTV를 지정해 불렀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국내 통신사와 방송사를 1곳씩 늘려달라고 북측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기자단 일정도 통보했다. 북한 초청을 받은 각국 기자들은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비자(사증)를 받고 22일 베이징에서 전용 항공기를 타고 원산 갈마 비행장으로 이동한다. 이후 원산에 있는 숙소와 기자 센터에 짐을 풀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열차로 이동해 취재한 뒤 원산으로 돌아와 기사를 송고한다. 생중계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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